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제 입으로 헤어지자고 해놓고 이 상담을 받은 사람이에요. 그것도 진심이 아니라 홧김에요. 간호사로 삼교대를 뛰다 보면 몸도 마음도 늘 방전 직전이에요. 그날도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사소한 걸로 크게 부딪쳤어요. 그만하자는 말이 제 입에서 튀어나왔고, 그 사람은 잠깐 저를 보더니 알았다고 했어요. 홧김에 던진 말이 진짜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어요. 붙잡고 싶은데 뭐라고 연락해야 할지, 지금 연락하는 게 맞긴 한지 아무 판단이 안 서더라고요. 그 무기력한 상태로 며칠을 흘려보내다 재회 상담을 신청했어요. 그 사람이 두고 간 텀블러가 싱크대에 그대로 있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고요. 박도사님이 두 사람 사주를 같이 보시더니, 제가 나쁜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니라 극도로 지쳤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화살을 돌리는 흐름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 사람도 그 말이 홧김인 걸 어느 정도는 안다고요. 다만 자존심이 있어 먼저 연락은 못 하는 성향이라, 이번엔 제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맞다고 하셨어요. 초가을로 접어들어 서로 열이 좀 식은 뒤에 무겁지 않게 안부부터 건네라고, 사과도 길게 늘어놓지 말고 그날 힘들어서 함부로 했다는 사실 하나만 담백하게 전하라고 짚어주셨고요. 아직 연락은 못 했지만, 발만 동동 구르던 상태에서는 완전히 벗어났어요. 방향이 생겼으니까요. 다만 5만원이 간호사 월급에 아주 가벼운 돈은 아니라, 조금 더 저렴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래도 이 며칠의 무기력을 끊어준 값으론 아깝지 않아 4점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