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돈 문제로 여자친구와 또 부딪혔습니다. 저는 미래를 생각해 아끼자는 쪽이고 그녀는 지금을 누리자는 쪽이라, 이 얘기만 나오면 매번 공기가 차가워졌어요. 성우 준비하느라 수입이 일정치 않은 제 처지도 겹쳐서, 돈 얘기가 나오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굳었습니다. 이대로 계속 가도 되는 사람인지 궁금해 궁합을 신청했어요. 사실 싸우고 난 밤이면, 예전에 그녀가 아무것도 아닌 날 사준 커피 한 잔 같은 게 자꾸 떠올랐습니다. 힘들어 보인다며 제 손에 쥐여주던 그 따뜻한 컵의 온도까지요. 그때는 그런 소비가 밉지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고마웠는데, 언제부터 돈 얘기가 우리 사이를 이렇게 뻣뻣하게 만들었나 싶어 그 사소한 장면들이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미워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던 겁니다. 선생님이 '두 사람은 돈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게 아니라, 돈에 담는 의미가 서로 다른 것'이라고 하셨어요. 저한테 돈은 불안을 막는 방패고, 그녀한테는 함께 쌓는 경험이라는 거죠. 같은 지출을 두고 한 사람은 낭비로, 한 사람은 추억으로 본다는 말에 그동안의 다툼이 좀 이해가 됐습니다. 서로 나쁜 뜻이 아니었던 거예요. 제가 돈에 그렇게 예민했던 건, 사실 통장이 아니라 미래가 무서워서였습니다. 수입이 들쭉날쭉한 일을 하다 보니, 그녀가 돈을 쓸 때마다 제 불안이 대신 소리를 질렀던 거예요. 그녀를 나무란 게 아니라 제 두려움을 그녀한테 쏟아냈던 거였습니다. 그걸 짚어주시니 다음에 또 그 얘기가 나와도 목소리를 낮출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다만 결과지가 오기까지의 며칠을, 저는 손꼽아 세며 기다렸습니다. 답이 궁금해 하루가 좀처럼 가지 않던 시간이었어요. 이 사람이랑 계속 가도 되나라는 물음을 안고 기다리는 며칠은 생각보다 길더군요. 내용은 만족스러웠는데 그 기다림이 조금 길게 느껴져 별 네 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