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소방서에서 교대 근무를 하다 보면 남의 급한 불은 잘도 끄는데, 정작 제 연애의 불씨는 어떻게 손을 못 대고 있었어요. 그 사람은 다투기만 하면 입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그 자리에서 풀고 싶은데 그 사람은 도망가니까, 대화 자체가 안 됐어요. 그렇게 얼어붙은 밤이면 저는 잠을 설쳤고, 다음 날 출동 나가서도 머리 한구석이 늘 그 일에 붙들려 있었어요. 몇 년을 만난 사이인데, 다툴 때마다 그 사람 등만 보는 게 참 외로웠어요. 화가 나서가 아니라, 저 문 하나를 두고 우리 사이가 이렇게 먼 건가 싶어서요. 소방 일이라는 게 하루에도 몇 번씩 남의 위기를 수습하는 건데, 정작 제 관계의 불은 어디서부터 꺼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어요. 이게 저희가 안 맞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방법이 잘못된 건가. 헤어져야 하나 싶다가도 확신이 안 서서 궁합 상담을 신청했어요. 아마 저처럼 싸울 때마다 벽을 마주하는 기분인 분들도, 이게 사람 문제인지 궁합 문제인지 궁금하실 거예요. 선생님은 그 사람이 회피하는 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이 몰아치면 순간적으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어버리는 유형이라 그렇다고 하셨어요. '그 사람의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과부하예요.' 그 말이 저한테는 컸어요. 저는 그 침묵을 무시로 받아들여서 더 몰아붙였던 거고요. 그러면서 이런 사람한테는 그 자리에서 답을 요구하지 말고, 시간을 준 뒤에 다시 얘기를 꺼내면 그때는 입을 연다고 짚어주셨어요. 실제로 방법을 바꿔보니 조금씩 대화가 되더라고요. 방법을 바꾸고부터, 그 사람 등만 보던 다툼이 마주 앉는 대화로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그거면 저한텐 충분한 답이었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신청하고 결과지를 받기까지가 저한테는 유난히 더디게 느껴졌어요. 답을 빨리 보고 싶은 조바심에 그 며칠이 곱절은 길었고요. 내용은 만족해서 4점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