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담담하게 적어요. 크게 싸우던 날 제가 홧김에 헤어지자고 내뱉었는데, 그 말이 진짜 이별이 될 줄은 몰랐어요. 스물여섯이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닌데, 자존심 하나 못 접어서 아까운 사람을 놓칠 뻔했어요. 헤어지고 나서도 저는 티를 안 냈어요. 친구들한테도 잘 정리했다고, 아쉬울 것 없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오히려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으니 아쉬운 쪽은 그쪽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그런데 집에 오면 그 사람이 두고 간 머그컵을 못 버리고 며칠을 싱크대에 그냥 뒀어요. 씻어서 엎어두면서도 왜 안 버리는지 저도 몰랐어요. 괜찮은 척하는 게 제일 힘든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재회 상담을 신청한 건 이걸 되돌릴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은 감정이 끝난 게 아니라 마지막 순간의 말에 서로 다친 것뿐이라, 자존심을 먼저 내려놓는 쪽이 문을 열 수 있는 구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언제쯤, 어떤 톤으로 먼저 연락하면 좋은지까지 짚어주셨어요. 말씀하신 시기에 제가 먼저, 이기려는 마음 다 빼고 그냥 미안했다고 연락했어요. 그 짧은 메시지 하나 보내는 데 손가락이 몇 번을 멈췄는지 몰라요. 자존심이 끝까지 발목을 잡았거든요. 그래도 이번엔 그 자존심보다 그 사람이 더 컸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도 사실 며칠을 후회했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똑같이 그날의 말을 곱씹으며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결국 다시 만났어요. 돌아보면 우리를 갈라놓은 건 감정이 아니라 그날의 말 한마디였어요. 그걸 짚어주지 않았으면 저는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안 굽혔을 거예요. 혼자 괜찮은 척 버티던 밤이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았다는 걸, 그 사람 손을 다시 잡고서야 인정했어요. 화려한 위로 없이 구조만 정확히 짚어주는 방식이, 저 같은 사람한테는 오히려 잘 맞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