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친구 손에 반쯤 끌려가 장난처럼 신청했어요. 사주 그런 거 다 맞춰주는 척하는 말 아니냐고, 제가 제일 콧방귀 뀌던 사람이었거든요 ㅋㅋ 친구가 재미로 보자고 끌고 갈 때도, 돈 아깝다고 툴툴댔어요. 서른아홉쯤 되니까 연애든 뭐든 제 눈으로 확인 안 되면 안 믿는 성격이 됐어요. 좋은 말 몇 마디에 혹하기엔 산전수전을 좀 겪었달까요. 그래서 리포트를 받고도 처음엔 팔짱 끼고 읽었어요. 어디 얼마나 맞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요. 근데 박도사님이 제가 말하지도 않은 제 성격의 한 조각을 딱 짚으시더라고요. '당신은 상대를 시험하듯 밀어내 놓고, 정작 상대가 물러나면 서운해하는 사람'이라고요. 이건 제 친구도 모르는, 저만 아는 버릇이었거든요. 지난 연애에서 제가 먼저 밀쳐낸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그 사람 웃음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웠던 밤들이 그제야 설명됐어요. 밀어낼 땐 그렇게 당당하더니, 정작 빈자리를 못 견딘 건 저였어요. 늘 제가 밀어낸 거면서, 왜 매번 그 빈자리에 제가 먼저 주저앉았는지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시험하듯 밀어낸 게 사실은 붙잡아달라는 신호였던 거예요. 이제는 좋으면 좋다고,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말해보려 해요. 그 문장에서 팔짱이 스르르 풀렸어요. 그러고 나서 말씀하신 흐름이 실제로 몇 개 맞아떨어지니까, 콧방귀 뀌던 게 민망해졌어요. 안 믿는다고 큰소리치던 사람이 어느새 다음 장을 넘기고 있더라고요. 다만 시기를 짚어주실 때 '가을 무렵'처럼 범위가 좀 넓게 느껴진 부분이 있었어요. 이왕이면 조금만 더 좁혀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에 4점이에요. 그래도 못 믿겠다는 분일수록 한 번 읽어보시라고, 제가 딱 그랬던 사람이라 하는 말이에요. 안 믿는다고 팔짱 끼던 사람이 제일 오래 그 문장을 곱씹게 되더라고요. 남 말은 안 듣던 제가, 제 얘기 앞에서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어요. 콧방귀 뀌던 저도 이렇게 후기를 쓰고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