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연하를 만나면 다들 좋겠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안 좋을 때가 있어요 ㅋㅋ 서른셋에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는데, 썸 타는 사람이 저보다 어리다는 게 자꾸 마음에 걸렸어요. 내가 너무 앞서가나, 이 사람은 가볍게 생각하는데 나만 진지한 건 아닌가 싶어서요. 한밤중에 이불 속에서 나이 차이 검색해본 적도 있어요. 그 검색창에 저 같은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ㅋㅋ 다들 저처럼 몇 살 차이가 괜찮은 건지 재고 앉아 있더라고요. 낮엔 광고 성과 숫자 보면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사람이, 정작 제 마음 하나는 계산이 안 돼서 그게 좀 웃겼어요. 데이터 없이는 결정 못 하는 직업병이 연애에까지 붙었나 봐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나이보다 상대가 자기한테 얼마나 솔직한지를 보는 편이라, 제가 나이 때문에 자꾸 재고 거리를 두는 게 오히려 신호를 흐리게 만든다고 하셨어요. 어린 쪽이 아니라 제가 먼저 벽을 세우고 있었던 거예요. 나이 차이를 재느라 정작 그 사람이 저한테 보내는 신호를 놓치고 있었더라고요. 저 혼자 앞서가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제가 자꾸 뒤로 물러서고 있었던 거죠. 다가갈 타이밍도 이번 달 안이 좋다고 하시면서, 나이 얘기를 굳이 먼저 꺼내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게 오히려 이 사람한텐 벽으로 느껴진다고요. 제 딴엔 배려라고 나이 얘기를 자꾸 깔았는데, 그게 선을 긋는 거였다니 좀 머쓱했어요. 미리 방어막을 치는 게 상대한텐 문을 닫는 걸로 보였던 거예요. 저는 상처받기 전에 먼저 선을 긋는 사람이었어요. 나이가 많은 내가 먼저 재고 물러서면, 나중에 이 사람이 떠나도 덜 아플 거라고 계산했던 거죠. 근데 그 계산이 지금 이 사람을 밀어내고 있었더라고요. 재던 걸 내려놓으니까 대화가 훨씬 편해졌어요. 먼저 벽을 허무니까 그 사람도 한 발 다가오는 게 느껴졌어요. 나이는 숫자라는 말, 이번엔 좀 믿어보려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