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헤어진 지 두 달쯤 됐을 때 신청했어요. 서른한 살이고 지방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해요. 서울 사는 그 사람이랑 장거리가 힘들어서 결국 지쳐 헤어졌는데, 정작 헤어지고 나니까 그 거리가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더라고요. 전시 준비로 밤늦게까지 텅 빈 전시장에 혼자 있으면, 벽에 작품 거는 소리만 울리는 그 공간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어요. 사주로 재회 가능성을 본다는 게 솔직히 미신 같기도 했어요. 이별한 마당에 뭘 더 알겠나 싶었고요 ㅋㅋ 근데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해 봤어요. 선생님이 '두 분은 거리 때문에 지친 거지 마음이 어긋난 게 아니라서, 물리적 조건만 바뀌면 다시 붙을 여지가 큰 관계'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제가 헤어지자고 해 놓고 왜 그렇게 그 사람을 원망했는지 알았어요. 미워서가 아니라 사실은 붙잡아 주길 바랐던 거였어요. 그러면서 제가 먼저 매달리기보다, 8월 말에 상대가 저를 다시 떠올릴 계기가 오니 그때까지 담담하게 제 일상을 지키라고 하셨어요. 진짜로 지난주에 그 사람이 제 전시 소식을 어디서 봤다면서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딱 말씀하신 시기더라고요. 아직 재회한 건 아니지만, 조급하게 굴었으면 오히려 밀어냈을 걸 생각하면 아찔해요. 헤어지자고 먼저 말한 건 저였는데, 정작 그 후로 매일 그 사람을 원망하는 제가 이상했어요. 알고 보니 그건 미움이 아니라, 이렇게 쉽게 놓아 버린 게 억울하고 사실은 붙잡히고 싶었던 마음이었더라고요. 그 정체를 알고 나니, 8월 말까지 먼저 연락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조언을 지킬 수 있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벌써 새벽에 취해 연락해서 다 망쳤을 텐데요. 그 사람이 제 전시 소식에 먼저 축하를 건넨 그 문자를, 저는 아직도 안 지우고 있어요. 지금은 제 자리에서 씩씩하게 지내면서 그 흐름을 기다리고 있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