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남자 나이 서른다섯에 이런 글을 쓰는 게 우습다는 거, 저도 압니다. 그런데 이 마음을 어디 풀 데가 없어서 여기에 적습니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하루 종일 남들 앞에서 말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정작 좋아하는 그녀 앞에서는 한마디가 안 나옵니다. 수십 명 앞에서 목청 높여 문제를 풀어주다가도, 그녀한테서 문자 한 통이 오면 답장 한 줄을 열 번씩 고쳐 씁니다. 그녀가 얼마 전에 긴 연애를 끝냈다는 걸 알거든요.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은 사람한테 제 마음을 들이대는 게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서, 다가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한 채 몇 주를 앓았습니다. 이러다 이 사람마저 그냥 스쳐 보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밤마다 가슴을 눌렀습니다. 썸 상담을 받았습니다. 남자가 사주까지 봐가며 이런다는 게 스스로도 한심했는데, 선생님 글을 읽다가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그녀는 지금 새 감정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다시 다칠까 봐 문을 반쯤 닫아둔 상태라고, 밀어붙이면 그 문이 닫히고 조급함을 내려놓고 곁을 지키면 그 문이 천천히 열리는 시기가 온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녀가 저를 안 좋아해서 거리를 두는 줄 알고 혼자 물러설 준비까지 했는데, 그게 아니라 상처를 추스르는 중이었던 겁니다. 제 조바심이 오히려 독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언제, 어떤 온도로 마음을 꺼내면 좋을지까지 짚어주셔서, 이제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던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습니다. 밀어붙이지 않고 곁을 지키는 것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문이 열리길 돕는 일이라는 걸 이제야 압니다. 서른다섯이나 먹어서 이런 감정에 이렇게 서툴다는 게 부끄러웠는데, 돌아보니 이 나이에도 이렇게 두근거릴 사람이 남아 있다는 게 오늘따라 새삼 고맙습니다. 이제는 그 마음을 부끄러워하는 대신, 그녀의 문이 열릴 그날을 조용히 기다려 보려 합니다. 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