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경찰공무원이에요. 범인 잡는 건 자신 있는데, 옆자리 동료 마음 하나는 도무지 못 잡겠더라고요 ㅋㅋ 스물아홉이고, 같은 팀 동료랑 뭔가 미묘한 기류가 생겼어요. 근데 사내연애라는 게, 잘되면 좋지만 틀어지면 매일 얼굴 봐야 하는 지옥이잖아요. 이게 진짜 감정인지 아니면 매일 붙어 있으니 생긴 착각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솔직히 지난 연애를 제가 성급하게 굴다 말아먹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또 나 때문에 그르치면 어쩌나 그 생각에 더 몸을 사렸어요. 근무 중에도 그 사람 눈치만 살피는 제가 한심하기도 했고요. 사주가 이런 애매한 기류까지 잡아낼까 싶었는데, 선생님이 '두 사람 다 상대가 먼저 티 내기를 기다리는 성향이라, 지금 이 어정쩡한 상태가 자꾸 길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딱 맞아요. 둘 다 눈치만 보고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아주 살짝만 신호를 흘리면 상대가 그때부터 움직인다고, 8월이 그 물꼬를 트기 좋은 시기라고 하셨어요. 용기 내서 회식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커피 한잔 하자고 던졌더니, 그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 다음 날 바로 약속을 잡더라고요 ㅋㅋ 저쪽도 신호만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제가 또 성급하게 굴어 망칠까 봐 겁냈던 게 무색했어요. 제가 제일 걱정했던 건 사실 거절보다 그다음이었어요. 매일 같이 현장 뛰는 사이인데 어색해지면 일까지 꼬이잖아요. 근데 상대도 저랑 똑같이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짚어 주시니까, 그 최악의 시나리오가 머릿속에서 좀 지워지더라고요. 실제로 커피 한잔 하자는 그 한마디에 상대가 그렇게 반색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ㅋㅋ 몇 달을 조마조마하며 아꼈던 그 말이 이렇게 가벼운 거였다니요. 이 답답한 기류를 몇 달을 혼자 견뎠는데, 정작 물꼬는 이렇게 쉽게 트이네요. 조심스럽게, 그런데 설레게 잘 지내고 있어요. 그때 용기 낸 저를 처음으로 좀 칭찬해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