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이 후기를 쓸 자격이 있나 싶어요. 헤어지자고 먼저 말한 건 저였으니까요. 웨딩플래너로 남의 가장 행복한 날을 매일 만들어주면서, 정작 제 사랑은 제 손으로 걷어찼어요. 결혼 얘기가 무거워지자 덜컥 겁이 나서, 사랑이 식은 척 그 사람을 밀어냈던 거예요. 돌아서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았어요. 후회가 밀려올 땐 이미 그 사람이 저만치 멀어져 있었고요. 돌이켜보면 이별을 통보한 건 입이었는데, 정작 그 대가를 치른 건 몸이었어요. 밥이 넘어가질 않아 며칠을 굶다시피 했고, 겨우 누워도 두세 시간 만에 깨서 천장만 봤어요. 남의 예식장에서 행진곡이 울릴 때마다 목구멍이 뻐근해져서 화장실로 숨어들었고요. 제가 매일 만들어주던 그 장면이, 제가 걷어찬 미래처럼 보여서요. 그런데도 겉으로는 멀쩡한 척 신부님들과 상담을 했어요. 세상 다 가진 표정을 지어 보이고 돌아서면, 화장이 번질까 봐 제대로 울지도 못했어요. 그 이중생활이 몇 주째 이어지니 나중엔 제가 뭘 느끼는지조차 헷갈리더라고요. 재회 상담에서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저는 사랑이 식은 게 아니라 책임이 무서워 도망친 것뿐이라, 그 사람도 제 진심이 그게 아니었음을 마음 깊이 알고 있다고요. 다만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 먼저 손을 내밀진 못하니, 초가을에 제가 솔직하게 사과하며 다가가면 닫힌 문이 열릴 거라고 짚어주셨어요. 그 말을 붙들고 용기를 내 먼저 연락했어요. 도망친 게 미안하다고, 사실은 겁이 났던 거라고. 그랬더니 그 사람이 한참을 말이 없다가, 자기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한마디에 참았던 게 다 터졌어요. 다시 만나기로 한 날, 저는 처음으로 그 사람 앞에서 겁이 났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도망치는 대신 무섭다고 말하는 것, 그게 시작이더라고요. 지금 저희 다시 만나고 있어요. 이번엔 무거워도 도망치지 않고, 그 무게를 같이 들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