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36살 남자, 이혼 1년차입니다. 아내랑 결혼 8년 만에 이혼했어요. 5살 된 딸이 하나 있고 양육권은 제가 갖고 있어요. 이혼 사유는 길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마디로 하면 '같이 있는데 혼자인 결혼'이었습니다. 이혼하고 나서 1년간 연애는 꿈도 안 꿨어요.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출근하고 퇴근하면 밥 해주고 재우고. 그 반복이 전부였어요. 근데 석 달 전에 아이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에서 같은 반 아이 엄마를 알게 됐어요. 싱글맘이더라고요. 아이들이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주말에 같이 놀이터에 나가게 됐고 아이들 뛰어노는 거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이 분이 제 얘기를 들을 때 '아 그랬구나' 한마디로 끝내는 게 좋았어요. 조언도 안 하고 평가도 안 하고 그냥 들어주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일요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한 거예요. '내일 놀이터 갈까요?'라는 카톡을 보내면서 심장이 뛰는 걸 느끼는데 36살에 이게 맞나 싶더라고요. 게다가 딸이 '아빠 그 이모 좋아해?'라고 물었을 때 말문이 막혔어요. 그래서 궁합 상담을 받아봤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사주를 보시더니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끼리 치유하는 궁합'이라고 하셨어요. 두 사람 다 결혼 실패 이후에 감정의 문을 닫은 상태인데 아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요. 다만 직설적으로 말씀하신 부분이 있었어요. '아이들의 관계가 매개체인 만큼 어른들의 감정이 틀어지면 아이들까지 영향을 받는다'고요. 그래서 최소 6개월은 연인이 아닌 상태에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들의 우정이 충분히 안정된 뒤에 어른의 감정을 꺼내라고요. 솔직히 처음엔 6개월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며칠 지나니까 맞는 말이더라고요. 우리 둘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별 4개 드리는 이유는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행동 가이드가 좀 더 있었으면 했어요. '언제 아이한테 소개하는 게 좋다' 같은 타이밍 말이에요. 그래도 감정이 진짜인지 확인받은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