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남의 결혼식을 몇 백 번은 담았을 거예요. 스튜디오에서 웨딩 촬영을 하다가 신랑 신부 표정을 보정하던 손이 문득 멈췄어요. 나는 왜 저 표정을 못 짓고 사나 하고요. 서른셋이고 여자친구와 3년째예요. 좋은 사람이고 저도 마음이 깊은데, 결혼 얘기만 나오면 제가 슬그머니 대화를 다른 데로 돌려버려요. 그녀가 친구 결혼식 다녀온 얘기를 꺼내거나 앞으로 어디서 살고 싶다는 말을 하면 저는 못 들은 척 화제를 일 얘기로 옮겨요. 그녀도 이제는 그걸 눈치챈 것 같아요. 요즘은 아예 그런 얘길 안 꺼내거든요. 그 침묵이 더 무서웠어요. 부모님이 갈라서는 걸 보고 자란 뒤로 결혼은 언젠가 깨지는 거라는 생각이 몸 어딘가에 박혀버린 것 같아요. 남자가 이런 걸로 겁을 낸다는 게 부끄러워 누구한테도 말 못 했고요. 프리미엄 리포트를 신청한 이유가 그거였어요. 선생님이 짚어주신 문장은 담담했지만 정확했어요. 당신은 결혼을 안 믿는 게 아니라 지키지 못할까 봐 미리 겁내는 사람이라고요. 실패를 피하려고 아예 시작을 미뤄두는 구조라고 하셨어요. 제가 그녀에게 확답을 못 주면서도 손은 놓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 있었어요. 미워서 미룬 게 아니라, 잘 지키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아예 시작을 안 한 거였더라고요. 부모님처럼 되느니 시작을 안 하는 게 낫다고, 저도 모르게 그렇게 정해두고 살았던 거예요.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땐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이상하게 개운했어요. 두려움에 이름이 붙으니 그제야 손에 쥐고 들여다볼 수 있는 것 같았어요. 이제 그 대화를 피하지 않아 보려고요. 그녀가 다시 결혼 얘기를 꺼내는 날, 화제를 돌리지 않고 끝까지 앉아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볼 생각이에요. 그 정도는, 3년을 함께해 준 사람한테 제가 해야 할 최소한인 것 같아서요. 두려움에 이름표를 달아준 것만으로 이 리포트는 값을 했어요. 이제 도망칠 차례가 아니라 마주 앉을 차례라는 걸, 서른셋에야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