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콘티 그리다가 자꾸 멍때리고 있었어요. 27살 애니메이션 콘티 작가인데, 전 남자친구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혀서 재회상담 받았어요.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전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5개월 됐어요. 업계가 좁아서 행사에서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거든요.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콘티 그리다가 자꾸 멍때리고 있었어요. 선배한테 집중 못 한다고 혼나기도 했어요. 마감이 다가오는데 작업이 손에 안 잡히니까 스트레스가 이중이었어요. 선생님이 '이 인연은 창작 에너지를 공유하는 특별한 궁합이에요. 다만 지금은 각자의 창작 세계를 독립시켜야 하는 시기예요. 재회는 서로의 작품이 완성될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거예요. 지금 본인의 프로젝트에 감정을 쏟아부으세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 듣고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이상하게 작업에 몰두하니까 그리움도 작품 속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감정이 나빠진 게 아니라 승화된 느낌이에요. 요즘 그리는 콘티가 이전보다 감정선이 깊다는 피드백도 받았어요. 선생님 말씀대로 제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보려고요. 재회가 되든 안 되든 이 시간이 제 작품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어요. 창작하는 사람들은 감정을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