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가 있는데 첫 만남부터 너무 잘 맞아서 오히려 불안했어요. 대화가 끊기지 않고, 음식 취향도 같고, 웃는 포인트도 똑같고. 심지어 좋아하는 영화 장르까지 겹치더라고요. 소개팅에서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헤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볼이 아플 정도로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을 때 이거 진짜인가 싶었어요. 근데 주변 반응이 문제였어요. 친한 친구한테 신나서 얘기했더니 "처음부터 너무 잘 맞는 건 의심해봐야 해, 사기꾼이거나 뭔가 숨기는 거 있을 수도 있어" 이러는 거예요. 엄마한테 말했더니 "그 나이에 그 스펙이면 왜 여자친구가 없는지 생각해봐라" 하시고. 저 혼자 좋아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찬물을 끼얹으니까 점점 의심이 생기더라고요. 혹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아닌지, 나한테 숨기는 게 있는 건 아닌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그 사람 SNS를 뒤지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한심했어요. 좋아하는 감정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고 증거를 찾으려는 제 자신이 싫었어요. 새벽 3시에 2년 전 게시물까지 스크롤하면서 댓글에 여자 이름이 있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아무것도 안 나오면 오히려 뭔가를 숨기는 거 아닌가 의심하고. 이 악순환이 너무 지쳤어요. 그래서 상담을 받았어요. 이 사람이 진짜 괜찮은 사람인지, 내 불안이 과한 건지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했거든요. 선생님이 상대방 사주를 보시더니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라고 하시면서 걱정하지 말라고요. 다만 이 사람은 한번 마음을 주면 올인하는 성향이 있어서 초반에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알아가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하셨어요. 급하게 감정을 쏟으면 둘 다 빨리 지칠 수 있다면서요. 그 말 듣고 나니까 쓸데없는 의심 대신 설렘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다음 주에 세 번째 만남인데 이번에는 순수하게 즐기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