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카톡 목록 맨 위에 그 사람 이름이 6주째 그대로 멈춰 있었어요. 마지막 대화는 잘 자라는 말이었는데, 그 뒤로 그냥 증발했어요. 잠수 이별이라는 게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건 줄 몰랐어요 ㅋㅋ 솔직히 사주 상담은 좀 미신 아닌가 했어요. 근데 6주 동안 온갖 커뮤니티 글을 다 뒤져도 답이 없으니, 뭐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 되더라고요. 남들 다 하는 이별 통보라도 받았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아무 말 없이 사라지니 화낼 상대도 없이 저 혼자 온갖 상상으로 지옥을 지었거든요. 그 6주 동안 저는 매일 그 사람 프로필만 들여다봤어요. 상태 메시지가 바뀌었나, 사진은 그대로인가. 아무것도 안 바뀐 화면을 확인하는 게 유일한 일과였어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그날 마지막 대화를 백 번은 다시 읽으면서요. 선생님이 내린 진단은 담백했어요. 그 잠수가 저한테 정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이 사람은 감당 못 할 상황이 닥치면 연락 자체를 끊고 잠적해 버리는 회피 성향이 강한 구조라고 하셨어요. 지금 자기 삶에 큰 부담이 겹친 시기라고요. 제가 말한 적도 없는 그 사람 성격을 콕 짚으셔서 소름이 좀 돋았어요. 나쁜 놈이라 도망친 게 아니라 원래 도망치는 사람이었구나 싶으니, 이상하게 화가 좀 풀렸고요. 그리고 9월 안에 그쪽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연락이 올 흐름이라고 하셨는데, 진짜 지난주에 툭 하고 카톡이 왔어요 ㅋㅋ 예전 같으면 그동안 어디 있었냐고 쏘아붙였을 텐데, 선생님 말대로 화부터 내지 않고 무슨 일 있었냐고 담담하게 물었어요. 아직 어떻게 될진 몰라도, 혼자 상상으로 지옥을 짓던 6주보단 백배 나아요. 적어도 이젠 그 침묵이 제 탓이 아니란 걸 아니까요. 6주 동안 저를 갉아먹던 자책 하나가 그렇게 툭 떨어져 나갔어요. 사주가 미신이든 아니든, 저한텐 그 6주를 끝내준 게 이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