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지방에 있는 저와 서울에 있는 그녀 사이, 그 거리가 시간이 갈수록 둘 다를 갉아먹었습니다. 크게 싸운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통화가 짧아지고, 주말 약속이 뜸해지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멀어졌습니다. 헤어진 지 두 달쯤 됐을 때 상담을 신청했어요. 제가 그때 좀 더 자주 내려갔더라면, 하는 후회가 계속 남아서요. 헤어지고 나서 제일 힘든 건 밤이었습니다. 낮에는 일에 파묻혀 어떻게든 넘기는데, 불 끄고 누우면 그녀랑 통화하던 습관이 남아서 자꾸 핸드폰을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이제 올 연락도 없는데 말입니다. 지방까지 왕복하던 그 길, 휴게소에서 늘 사 먹던 호두과자, 그런 게 다 그녀랑 엮여 있어서 한동안은 그 길로 운전도 안 했어요. 선생님은 그녀가 정을 뗀 게 아니라, 물리적 거리 때문에 지친 상태에서 관계를 유지할 여력이 바닥난 거라고 하셨습니다. 감정이 식은 게 아니라 체력이 떨어진 거라는 말이, 저한테는 컸어요. 그리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그녀 쪽 마음에 다시 숨 쉴 틈이 생기는 시기가 온다고 짚으셨고요. 그전에 무리하게 연락하면 오히려 부담이 되니, 그때까진 제 일상부터 다잡으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지난주에 그녀한테서 잘 지내냐는 연락이 먼저 왔어요. 말씀하신 시기랑 얼추 맞아떨어져서 좀 놀랐습니다. 아직 다시 만나자는 얘기까진 아니지만, 막막하던 게 방향은 잡힌 것 같아요. 조급함이 빠지니까 그제야 제 일상도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미뤄둔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요. 기다리는 게 예전만큼 조급하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