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희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어요. 이 후기를 쓰는 지금도 실감이 잘 안 나서 몇 번을 지웠다 다시 씁니다. 저는 스물아홉 물리치료사고, 상대는 저보다 세 살 어려요. 나이가 무슨 대수냐 싶다가도 막상 제가 연상이라는 사실이 자꾸 발목을 잡았어요. 제가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닌지, 이 사람은 그냥 편한 누나로 여기는 건 아닌지. 좋아하는 마음보다 재고 따지는 마음이 더 커지니까 다가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겠더라고요. 병원에서 환자분들 굳은 어깨는 그렇게 잘 풀어드리면서, 정작 제 마음 한 덩이는 어쩌지 못하고 밤마다 뭉친 채로 잠들었어요. 이 사람을 처음 의식한 건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어요. 제가 야근으로 파김치가 된 날, 말도 안 했는데 따뜻한 커피 하나를 제 책상에 슬며시 놓고 간 거예요. 그 뒤로 그 사람의 별것 아닌 행동 하나하나에 제 하루가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어요. 마음이 커질수록 저는 겁이 났거든요. 세 살이라는 숫자가, 혹시 모를 어색함이, 이 관계가 틀어졌을 때 잃을 것들이 자꾸 눈앞에 먼저 그려졌어요. 썸 상담을 신청한 것도 그 확신이 없어서였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기운을 보시더니, 나이 차이는 이 관계에서 변수가 아니고 오히려 상대는 연상인 사람의 차분함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구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먼저 다가가길 망설이는 까닭까지 짚으셨는데, 어릴 때부터 거절을 유독 크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 상처받기 전에 미리 물러서는 습관이 있다고요. 그 말에 뜨끔했어요. 저는 그 얘길 꺼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아셨을까 싶어서요.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도망칠 준비부터 하던 저를, 처음으로 누가 알아봐 준 기분이었어요. 무엇보다 다가갈 타이밍을 구체적으로 짚어주신 게 컸어요. 상대가 마음을 여는 시기가 곧 오니 그때 무겁지 않게 편한 자리에서 먼저 표현해 보라고 하셨거든요. 그 말이 맞을까 싶으면서도 믿고, 같이 저녁을 먹던 날 조심스럽게 마음을 꺼냈어요. 목소리가 떨릴까 봐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입을 뗐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사실 자기도 진작부터 같은 마음이었다고, 제가 먼저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물잔만 만지작거렸어요. 몇 달을 혼자 앓던 게 그 한마디에 스르르 풀리는데, 웃어야 할지 어째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우리는 매일이 조금씩 새로워요. 세 살 어린 게 뭐가 문제였나 싶을 만큼 이 사람은 저를 편하게 해줘요. 나이로 잰 건 저뿐이었더라고요. 병원에서 종일 남의 몸을 만지느라 굳어 있던 제 어깨를, 요즘은 이 사람이 서툰 솜씨로 주물러 주겠다고 나서요. 하나도 안 시원한데 그럴 때마다 웃음이 나요. 카톡 프로필 사진만 백 번씩 들여다보며 이 사람 마음을 혼자 점쳐보던 밤들이 있었어요. 그게 관심인지 예의인지 몰라 이불 속에서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다시 켜기를 반복하던 날들이요. 그때의 저 같은 분이 계시다면, 확신은 혼자 재서 생기는 게 아니라 방향을 잡고 한 발 움직여야 비로소 생기는 거더라고요. 저는 그 방향을 여기서 얻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