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항공사 승무원이에요. 남들 휴가 갈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쉬는 직업이죠 ㅋㅋ 이번엔 큰맘 먹고 혼자 휴가를 떠났는데, 낯선 도시 호텔 침대에 누워 하필 그 사람 생각만 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얼마 전에 오래 만난 사람이랑 헤어졌더라고요. 그게 자꾸 걸렸어요. 아직 마음 정리가 안 됐을 텐데 내가 다가가도 되나, 괜히 상처만 얹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시차 때문에 잠도 안 오는데 그 생각까지 겹치니까, 밥도 대충 거르고 하루 종일 속이 더부룩했어요. 여행지에서까지 이 고민을 붙잡고 있는 제가 좀 웃겼어요. 돌아와서 썸 상담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제 성향부터 짚으시는데 '당신은 상대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늘 먼저 물러서다가, 정작 자기감정은 뒷전에 두는 사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딱 저였어요. 남 생각하느라 제 마음은 늘 맨 나중이었거든요. 그러면서 지금은 조급하게 굴 때가 아니니, 편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가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주라고 하셨어요. 돌아보면 저는 늘 그랬어요. 상대 사정을 먼저 헤아린다는 핑계로, 정작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뒷줄에 세워 두는 거요. 이번에도 그 사람 이별 상처를 걱정하느라 제 마음은 또 맨 나중이었어요. 선생님이 그 버릇을 콕 집어 주시는데, 승무원이라 손님들 요구부터 챙기는 게 몸에 배서 그런가 싶어 혼자 웃었어요 ㅋㅋ 이번엔 그 사람 정리할 시간을 기다려 주되, 제 마음까지 지워 버리지는 않으려고요. 비행 스케줄 때문에 시간 맞추기도 어려운 사람인데, 마음만 자꾸 앞서가서 저 혼자 애가 탔어요. 근데 지금은 조급하게 굴 때가 아니라는 말에, 앞서가던 마음의 속도를 좀 늦출 수 있게 됐어요. 그 사람을 기다려 주는 게 저를 버리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고요. 다만 아쉬웠던 건, 제 얘기는 자세한데 상대방 쪽 마음이나 상황 분석은 상대적으로 짧았어요. 제가 제일 궁금했던 게 그 사람 속인데, 거기가 좀 더 두툼했으면 했어요. 그래도 제가 뭘 조심해야 하는지는 확실히 알게 돼서 4점이에요. 적어도 저 자신부터 뒷전에 두는 버릇은 이제 좀 알아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