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나중에 얘기하자.' 이 말이 저는 제일 무서웠어요. 싸우면 이 사람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요. 저는 그 자리에서 다 풀어야 잠이 오는 사람이고요. 서른넷에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는데, 하루 종일 숫자로 소통하다가 집에 와서 사람이랑 말이 안 통하니까 그게 더 답답했어요. 닫힌 방문을 보고 있으면, 이 관계도 저 문처럼 언젠가 영영 닫히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이게 성격 차이인지 안 맞는 건지 궁금해서 궁합을 봤어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갈등 앞에서 말문이 막히는 게 회피가 아니라, 감정을 처리하는 속도가 느린 구조라 그렇다고 하셨어요. 그 자리에서 몰아붙이면 오히려 더 닫힌다고요. 저는 이 사람이 저를 피한다고만 여겼는데, 처리 속도가 다른 거라니까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저 문이 저를 밀어내는 문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걸 알고 나니 오래 조이던 마음이 풀렸어요. 방법도 주셨어요. 싸운 직후 말고 반나절쯤 지나 이 사람이 정리됐을 때 다시 꺼내면 그때는 대화가 된다고요. 제가 늘 그 자리에서 끝장을 보려 했던 게 문제였더라고요. 상대가 준비가 안 됐는데 저 혼자 답을 받아내려고 밀어붙였던 거예요. 다만 갈등 패턴 설명은 좋았는데, 정작 화해하는 구체적인 방법 쪽은 조금 짧아서 아쉬웠어요. 반나절 뒤에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은지 예시가 한두 개만 더 있었으면 했어요. 그래도 상대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안 것만으로 값을 했어요. 4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