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단풍 구경 가자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그 사람과 헤어진 뒤, 저는 제가 결혼을 왜 이토록 겁내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서른아홉, 더 미루면 정말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자동차 영업을 오래 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확신을 파는 일인데, 정작 제 인생의 가장 큰 계약 앞에서는 늘 도망쳤습니다. 좋은 사람일수록, 결혼 얘기가 나오면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 밀어냈지요. 겉으로는 태연하게 남의 계약서를 내밀던 사람이, 정작 제 계약서 앞에서는 매번 펜을 놓았습니다. 프리미엄 리포트에서 선생님은 그 두려움의 뿌리를 부모님의 이혼까지 짚어 내려가셨습니다. 두 분이 갈라서는 걸 지켜본 아이는 결혼을 언젠가 깨질 것으로 새기고, 그래서 행복할수록 오히려 더 불안해진다고요. 좋은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좋은 걸 잃을까 봐 미리 도망치는 것이라는 말에서 오래 멈췄습니다. 저는 그걸 신중함이라 불러왔는데, 사실은 겁이었던 겁니다. 제 지난 이별들이 다 그 자리에서 똑같이 반복됐다는 것도 하나로 엮어 설명하셨습니다. 담담하게 적힌 분석인데, 오래 앉아 곱씹었습니다. 낯선 손님한테는 그렇게 확신을 잘 팔면서, 정작 제 인생 앞에서는 매번 도망친 이유를 이제는 압니다. 최소한 다음엔 도망치기 전에 한 번은 멈춰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한 번의 멈춤이, 지키지 못한 단풍 약속 같은 걸 다시 만들지 않게 해줄 거라 믿습니다. 다섯 개의 별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