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가을이라 이 사람이랑 캠핑을 다녀온 다음 날 궁합 상담을 신청했어요. 텐트 치는 것도 죽이 척척 맞고, 말 안 해도 서로 뭘 할지 아는 게 신기해서 문득 우리 진짜 잘 맞는 건가 싶더라고요. 사실은 부모님이 결혼 전에 궁합 꼭 보라셔서 등 떠밀려 신청한 거였지만요 ㅋㅋ 또 좋은 말만 늘어놓는 거 아냐, 반쯤 삐딱하게 열어봤어요. 근데 선생님이 두 사람은 노는 결이 같아서 여가에서 힘을 얻는 조합이라, 지치면 같이 밖으로 나가는 게 서로한테 약이라고 하셨어요. 이 대목에서 뜨끔했어요. 저희가 진짜 크게 싸우고 나면 꼭 어디로든 떠나서 풀거든요. 집에 앉아 말로 푸는 것보다 같이 걷고 같이 텐트 치다 보면 어느새 화가 가라앉아 있어요. 말싸움으로는 답도 없던 게 산 하나 넘으면 별일 아니게 되고요. 말 안 한 그 방식을 어떻게 아셨지 싶었어요. 남들은 싸우면 마주 앉아 대화로 풀라는데, 저희한텐 그게 오히려 불붙이는 일이었거든요. 우리는 나란히 걸을 때 대화가 되는 사람들이라는 걸, 이번에야 이름 붙여 알게 됐어요. 그동안 저는 이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내는 게 진짜 맞는 건지 늘 긴가민가했는데, 이번에 그게 우리 방식이라는 걸 알았어요. 잘 노는 게 그냥 취미가 맞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한텐 관계를 회복하는 힘이었던 거예요. 부모님 등쌀에 억지로 봤는데 정작 제가 우리를 다시 봤어요. 이번 주말엔 또 어디로 떠날지 벌써 정했어요 ㅋㅋ 이번엔 싸운 것도 아닌데 그냥 좋아서 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