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결혼 8년 차예요. 남편이 요즘 저한테 너무 무관심해요. 예전에는 주말마다 데이트 계획 세우고, 기념일에 꽃도 사오고, 잠자리에서 오늘 하루 어땠어 하고 물어봐주던 사람이었어요. 근데 언제부턴가 집에 오면 소파에 누워서 게임만 하고, 밥 차려놔도 폰 보면서 먹고, 제가 말을 걸면 응, 어, 그래 이 세 마디가 전부예요. 결정적이었던 건 결혼기념일이었어요. 아침부터 기대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출근하면서 한 마디도 없더라고요. 설마 저녁에 뭔가 준비했나 싶어서 기다렸는데 평소처럼 퇴근하고 소파에 누워서 게임을 시작했어요. 저녁 9시쯤 참다 참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했더니 한참 생각하다가 "아..." 하면서 미안하다고. 그 '아...'가 나를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그 사람은 모를 거예요. 화장실에 들어가서 수건으로 입 막고 울었어요. 나는 이 사람한테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에요. 같은 공간에 있는데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이 있잖아요. 그게 매일이에요.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남편이 원래 그렇다, 결혼하면 다 그래, 이러는데 저는 이게 '다 그런 거'로 넘기기엔 너무 아파요. 선생님이 남편 사주를 보시더니 올해 직장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시기라 감정적 여유가 바닥난 상태라고 하셨어요. 마음이 식은 게 아니라 에너지 자체가 고갈된 거래요. 하반기에 업무 환경이 변하면서 조금씩 여유를 찾을 거라고 하시면서, 그때까지 제가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요청하라고 하셨어요. 남편은 눈치로 알아채는 타입이 아니니까 "기념일에 꽃 한 송이 사다줘" 이렇게 명확하게 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요. 분석은 공감이 많이 갔어요. 다만 제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좀 더 단계적인 행동 전략이 있었으면 해서 별 4개 드립니다. 그래도 남편이 저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