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헤어지고 며칠 뒤에, 그 사람 카톡 프로필 사진이 낯선 배경으로 바뀐 걸 봤어요. 어디 여행이라도 갔는지, 처음 보는 창밖 풍경이었어요. 그때부터 머릿속이 딱 한 갈래로만 굴러갔어요. 나 말고 누가 있었나. 자동차 영업을 해서 하루에도 수십 명 표정을 읽어요. 이 손님이 살 사람인지 구경만 할 사람인지는 눈만 봐도 아는데, 정작 제 연애에서는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고요. 확인할 방법도 없는 의심 하나를 붙잡고 밤을 하얗게 지새웠어요. 그 사람 프로필을 확대해서 배경에 다른 사람 흔적이라도 없나 들여다보는 저를 보면서, 내가 좀 이상해졌구나 싶었어요. 선생님이 상대 사주를 보시더니 '이 사람은 새 사람이 생겨서 떠난 게 아니라,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했을 때 관계를 끊어내는 유형이라, 지금은 누굴 새로 만날 상태 자체가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저는 환승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도 안 꺼냈는데, 선생님이 그 의심을 먼저 읽고 풀어주셨어요. 환승이 아니라는 게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어요. 그 사람이 떠난 이유가 제가 부족해서, 저보다 나은 누가 있어서가 아니었으니까요. 미련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 근데 적어도 나를 갉아먹던 그 상상 하나가 빠지니까, 그날 밤엔 오랜만에 잠을 좀 잤어요. 내가 부족해서 밀려난 게 아니라는 것, 그 사실 하나가 이렇게까지 큰 위로가 될 줄은 몰랐어요. 확인할 길 없는 의심을 혼자 키우던 그 며칠이, 지나고 보니 제일 아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