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남자가 이런 거 신청하는 거 좀 그렇잖아요. 근데 어쩔 수 없었어요 ㅋㅋ 이대로 그냥 끝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요. 작년 이맘때만 해도 주말마다 서울 올라가서 여자친구 만나는 게 제 유일한 낙이었어요. 그런데 올해 들어 그 왕복이 어느새 서로한테 짐이 돼 있더라고요. 저는 지방, 그녀는 서울. 차비도 시간도 매번 저만 쓰는 것 같았고, 그러다 둘 다 지쳐서 헤어졌어요. 딱히 마음이 식은 것도 아닌데 거리 하나 때문에 끝났다는 게 억울했어요. 헤어지고 나서가 더 문제였어요. 밤마다 예전에 둘이 찍은 사진을 넘겨보면서, 걔가 변한 거라고 혼자 원망했거든요. 이러다 진짜 영영 남처럼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면 잠이 확 달아났어요. 주말마다 올라가던 그 기차표 예매 내역이 앱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걸 지우지도 못하고 그냥 두고 있었어요. 지우면 진짜 끝인 것 같아서요. 사주로 뭘 알겠나 싶어서 큰 기대는 안 했어요. 근데 선생님이 그녀 성향을 보시더니, 애정이 없어서 멀어진 게 아니라 미안함이 쌓이면 연락을 줄여서 상대를 편하게 해주려는 쪽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헤어질 때 걔가 너 힘들게 하기 싫어라고 했는데, 그게 핑계가 아니라 진짜 그 사람 방식이었구나 싶었어요. 저 혼자 걔가 변했다고 원망하던 게 좀 부끄러워졌어요. 사실은 그녀도 저만큼 힘들면서, 저를 덜 힘들게 하려고 뒤로 물러났던 거였는데 말이에요. 선생님이 봄쯤 거리 문제를 풀 계기가 한 번 생긴다고, 그전엔 부담 주지 말고 가볍게 안부만 남기라고 방향을 잡아주셨어요.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뭘 하면서 기다려야 하는지를 아니까 마음이 좀 놓였어요. 원망으로 채워져 있던 자리가, 이제는 봄까지 뭘 하면 될지에 대한 계획으로 조금씩 바뀌었고요. 남자들 자존심에 이런 거 안 본다는데, 저는 봐서 다행이에요 ㅋㅋ 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