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무대에 오래 서다 보니 사람 감정 읽는 건 좀 한다고 자부했어요. 관객 숨소리만 들어도 이 장면이 먹혔는지 아닌지 아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근데 정작 제 인생 앞에서는 그 눈이 하나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한 번 이혼을 겪었어요. 그리고 다시 만난 사람과 재혼 얘기가 오가는데, 좋으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계속 발목을 잡았어요. 설레야 할 자리에서 자꾸 뒷걸음질 치는 저를 보는 게 지쳤어요. 궁합이라는 걸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배우라는 직업 탓인지 이런 건 좀 미신처럼 여겨왔고, 두 번째인 만큼 감정보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좋은 말만 늘어놓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접겠다는 마음으로 신청 버튼을 눌렀어요. 선생님은 좋은 말부터 하지 않으셨어요. '두 분은 잘 맞는 조합이긴 한데, 문제는 두 분 다 한 번씩 상처를 겪어서 갈등이 생기면 대화보다 각자 방으로 먼저 들어가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짚으셨어요. 그게 전 결혼에서 제가 가장 후회하던 지점이라 뜨끔했어요. 잘 맞으니 걱정 말라가 아니라, 이 지점 하나만 조심하면 오래 간다고 방향을 준 거예요. 제가 이번엔 또 도망칠까 봐 무서웠던 건데, 선생님은 그 도망의 정체까지 이름을 붙여줬어요. 안 맞아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상처 입은 두 사람이 아플 때 서로에게서 등을 돌리는 습관 때문에 멀어지는 거라고. 그러니 방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 딱 한마디만 문 앞에서 하고 들어가라고요. 그 한마디에 저는 좀 멈췄어요. 첫 결혼이 끝난 게 성격이 안 맞아서라고 오래 믿었는데, 사실은 아플 때 서로 등을 돌려버린 그 순간들이 쌓여서였다는 걸 그제야 인정했거든요. 안 맞았던 게 아니라 아픈 방식이 서툴렀던 거예요. 전 남편 얘기는 작성폼에 한 줄도 안 적었는데 제 패턴을 정확히 짚어낸 게 오래 남았어요. 담담하게 읽었지만 밤새 곱씹은 리포트였어요. 이번엔 같은 자리에서 안 넘어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