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미안, 이제 봤어.' 그 사람 답장은 늘 이렇게 시작했어요. 남들 다 자는 시간에야 겨우 하나 오는 카톡이요. 저는 유튜브 편집자로 일하는 서른한 살이에요. 밤새 타임라인 붙잡고 사는 직업이라 생활 시간은 그 사람이랑 비슷한데, 워낙 일이 바빠 연락이 뜸했어요. 좋아하는 티는 내면서 답장은 이렇게 늦으니, 이게 진심인지 그냥 예의인지 판단이 안 서더라고요. 처음엔 좀 원망스러웠어요. 나를 뒷전에 두나 싶어서요. 선생님이 결과지에서 '이분은 관심을 연락의 빈도가 아니라 만났을 때의 집중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에요. 연락이 느린 걸 마음의 크기로 재면 계속 헛짚게 됩니다'라고 짚어 주셨어요. 그리고 8월 중순쯤 상대 일이 한 고비를 넘기면서 먼저 시간을 내려는 흐름이 온다고 하셨고요. 정말로 지난주에 그 사람이 먼저 이번 주말 비워 뒀다고,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시기까지 이렇게 맞으니까 가슴이 철렁했어요. 원망하던 마음이 미안함으로 뒤집히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어요. 늦는 답장 하나에 그 사람 마음 전체를 의심하던 제가, 이제는 그 사람이 저를 어떻게 아끼는지 다른 자리에서 볼 줄 알게 됐어요. 만나면 제가 지나가듯 흘린 말까지 하나도 안 놓치고 기억해 주는 사람이거든요. 연락의 빈도가 아니라 그 집중을 보라던 말이, 요즘 제 하루를 훨씬 가볍게 해 줘요. 연락 늦는 사람 하나 때문에 밤마다 폰만 붙들고 있던 시간이 아까워요. 이제 그 시간에 마음 편히 발 뻗고 자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