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3년을 만난 사람을 앞에 두고, 이게 아직 연애가 맞나 아니면 그냥 정으로 붙어 있는 건가, 그 생각을 몇 달째 했어요. 승무원이라 스케줄이 제멋대로예요. 장거리 다녀와서 시차에 절어 있을 때 남자친구가 사소하게 서운하게 굴면 마음이 확 식어버려요. 근데 또 며칠 지나서 컨디션이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고요. 이 밀물 썰물 같은 마음이 지겨워서, 헤어져야 하나 붙어 있어야 하나 저울만 붙잡고 살았어요. 비행 끝나고 호텔 방에 혼자 누우면 천장 보면서 그 저울질을 또 하고 있더라고요. 솔직히 궁합으로 이걸 판단하는 게 맞나 싶었어요. 3년이나 같이 산 사람 마음을 사주가 어떻게 알아, 결국 결정은 내가 하는 건데 그걸 남한테 미루는 거 아닌가 싶어서 결제창에서 한참 손가락만 얹고 있었거든요. 좋은 말만 잔뜩 적어놓고 알아서 잘해보라고 하면 딱 5만원 날리는 거잖아요 ㅋㅋ 근데 결과지가 생각보다 담백했어요. 선생님이 '두 분은 연애 초반의 설렘으로 굴러가는 조합이 아니라, 같이 뭔가를 만들어갈 때 비로소 단단해지는 구조'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제가 권태라고 부르는 건 설렘이 빠져나간 자리를 아직 다른 걸로 못 채워서 생긴 허전함이지,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고요. 듣고 보니 저희가 요즘 같이 하는 거라곤 배달 시켜 먹고 나란히 누워 넷플릭스 트는 게 전부였어요. 만들어가는 건 하나도 없이 소모만 하고 있었던 거예요. 제가 안심한 대목은 따로 있었어요. 이 밀물 썰물이 저만 겪는 이상 증상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제 예민한 시기의 결정 습관까지 짚으면서 이건 두 사람 문제가 아니라 당신 컨디션의 문제라고 정리해주셨거든요. 나 혼자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어요. 돌이켜보면 저는 그 사람이 서운하게 할 때마다 이게 정 떨어질 신호인가 아닌가를 채점하듯 매기고 있었어요. 착륙하고 유니폼을 벗기도 전에 휴대폰부터 켜서, 답장이 왔나 안 왔나로 그날 하루 기분이 통째로 갈렸고요. 3년쯤 되니까 예전처럼 설레지 않는 제 마음을 두고 사랑이 다 끝난 증거라고 혼자 판결을 내려버렸던 거예요. 근데 그게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문턱일 수도 있다는 걸, 그 글을 읽고서야 처음 생각해봤어요. 설렘이 없어진 자리가 텅 빈 게 아니라 아직 안 채운 거라는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어요. 그리고 올해 가을쯤 제 마음에 한 번 큰 정리의 시기가 온다고 하셨어요. 그때 이 관계를 계속 갈지 접을지가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갈릴 거라고요. 근데 문제는 아직 그 가을이 안 왔다는 거예요 ㅋㅋ 맞는지 틀리는지를 제 눈으로 확인을 못 한 상태라, 지금 별점을 후하게 주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분석 자체는 저를 꽤 정확하게 봤어요. 예민할 때 결정을 몰아서 해버리는 습관 같은 건 제가 말도 안 했는데 짚어냈고요. 다만 예언처럼 시기까지 콕 박아둔 이상, 그게 진짜로 오는지는 제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예측 맞히는 거에 목매는 성격은 아닌데, 이번만큼은 그 가을이 좀 기다려지긴 하더라고요. 가을 지나고 다시 읽어보려고 저장은 해뒀어요. 그때 맞으면 별점 고치러 다시 올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