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사람을 동창회에서 8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짝사랑했는데 결국 고백 한 번 못 하고 졸업했어요. 졸업식 날 뒤돌아서 우는데 친구가 왜 우냐고 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졸업앨범에 그 사람 사진이 있는 페이지만 닳도록 봤었어요. 동창회에서 다시 봤을 때 심장이 터질 줄 알았어요. 8년이 지났는데도 그 사람 웃는 모습은 하나도 안 변해있더라고요. 제 앞에 와서 "야, 너 많이 변했다" 하는데 그 목소리에 다리가 풀리는 줄 알았어요. 고등학교 때 교복 입고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뛰었던 그 감정이 그대로 살아났어요. 술 마시면서 옛날 얘기하다가 그때 서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돌려서 물어봤는데, 상대도 저를 신경 쓰고 있었다는 뉘앙스를 주더라고요. 그 밤에 집에 돌아와서 뒤척이면서 잠을 못 잤어요. 천장을 보면서 혼자 웃다가, 혹시 내가 착각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또 불안해지고. 그렇게 밤새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탔어요. 문제는 지금 상대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SNS를 봐도 연애 관련 힌트가 하나도 없고, 괜히 연락했다가 8년 만에 만난 어색함에 부담만 줄까 봐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상담 받았어요. 선생님이 상대방의 현재 연애운을 보시더니 지금 비어있는 상태라고 하셨어요. 다만 제가 너무 급하게 다가가면 옛날의 소심한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으니까, 동창 그룹 모임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개인 만남으로 넘어가라고 하셨어요. 급하게 고백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면서 상대가 편안함을 느낄 때까지 기다리라고요. 단계별 접근법이 실용적이어서 정말 좋았어요. 8년 전에 못 한 고백,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