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청첩장 문구를 고르다 말고, 문득 우리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에 손을 멈췄어요. 서른다섯이고, 결혼 전에 잠깐 같이 살아 보기로 한 참이었어요. 주변에선 다들 좋은 사람 만났다고 축하만 하는데, 정작 저는 확신이 안 서서 밤에 혼자 뒤척였어요. 낮에는 웨딩 준비하며 아무렇지 않게 웃다가, 불 끄고 누우면 이게 정말 맞나 하는 생각이 밀려왔어요. 결혼까지 생각한 사람이라 더 신중해지고 싶었거든요. 그 마음으로 궁합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두 분은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조합이지만, 한 사람이 감정을 안으로 삼키는 편이라 표현을 미루다 보면 상대가 혼자 오해를 키우기 쉽다'고 하셨어요. 제가 딱 그 삼키는 쪽이거든요. 서운해도 말 안 하고 넘어가다가 혼자 속으로 곪는 스타일이요.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 제 버릇을 정확히 짚으셔서 좀 놀랐어요. 그래서 동거 들어가면서, 서운한 건 그날그날 말하기로 저 스스로 규칙을 정했어요. 미리 알고 시작하니까 마음이 훨씬 가벼워요. 아무렇지 않은 척 삼키기만 하던 버릇을 이제는 좀 내려놓아 보려고요. 제가 서운함을 삼키기만 하다 어느 날 엉뚱한 데서 터뜨려 상대를 당황시키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 버릇이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른 채 그냥 제 성격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주로 그 결을 짚어 주시니까 고칠 지점이 눈에 보였어요. 이제는 서운한 마음이 올라오면 그날 안에 한 문장으로라도 꺼내 두려고 해요. 곪기 전에 말하는 연습, 그거 하나 배운 것만으로도 이번 상담은 값을 했어요. 결혼까지 생각한 사이라 더 잘하고 싶어서, 오히려 서운한 걸 다 삼키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렇게 삼킨 게 결국 상대 혼자 오해하게 만든다는 걸 알고 나니, 참는 게 배려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 가지, 신청할 때 작성하는 질문 폼 항목이 생각보다 많아서 다 채우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꼼꼼한 만큼 정확한 거겠지만, 퇴근하고 지친 상태로 채우려니 그 부분이 조금 벅찼어요. 그래도 내용은 만족합니다. 4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