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 그 오빠랑 사귀기로 했어요 ㅋㅋ 여섯 살 차이라 끝까지 긴가민가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 플랜트 현장에서 도면 보고 배관 치수 계산하는 일을 하다 보니, 저는 뭐든 숫자로 딱 떨어져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에요. 근데 이 오빠는 도무지 계산이 안 됐어요. 다정한가 싶으면 무심하고, 무심한가 싶으면 또 챙기고. 밤에 대화창 캡처를 위아래로 넘기면서 이게 호감인지 아닌지 혼자 점수를 매기고 있는 제가 좀 웃겼어요 ㅋㅋ 그 사람이 남긴 말투 하나, 이모티콘 하나까지 자꾸 곱씹게 되더라고요. 썸 상담을 받았는데, 선생님이 그 사람 기운을 보시더니 감정을 말로 확인시켜 주기보다 곁을 오래 지키는 걸로 마음을 증명하는 쪽이라, 표현이 좀 굼떠도 자리를 안 뜨면 그게 신호라고 하셨어요. 먼저 다가갈 타이밍은 제가 조급함을 내려놓은 다음이라고요. 그 말대로 채점을 그만두고 그냥 편하게 대했더니, 얼마 안 가 오빠가 먼저 마음을 꺼내더라고요. 신기한 건, 제가 점수 매기기를 멈추니까 그동안 안 보이던 그 사람의 다정함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는 거예요. 자리를 안 뜨고 곁을 지키는 것, 그게 그 사람 나름의 고백이었더라고요. 저처럼 사람 마음을 자꾸 계산기로 두드려 보는 분들, 가끔은 그 계산기를 잠깐 내려놓는 게 답일 때가 있더라고요. 5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