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여섯 살 많은 사람의 마음은 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걸까요. 마흔둘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연애를 안 해본 것도 아닌데, 이 사람 앞에서는 제가 스무 살처럼 서툴러지더라고요. 문제는 그 사람이 워낙 어른스럽고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사람이라, 저한테 호감이 있는 건지 그냥 사람 좋게 대하는 건지 도무지 구분이 안 됐다는 거예요. 밥은 자주 사주는데 사적인 얘긴 잘 안 하고, 눈은 자주 마주치는데 먼저 연락은 안 오고요. 그 사람이 지나가며 흘린 말 한마디를 집에 와서 몇 번씩 곱씹는 제가 우습기도 했어요. 썸 상담을 신청한 것도 그래서였어요. 이 사람의 애매한 태도가 관심인지 예의인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었거든요. 선생님이 두 사람을 보시고는, 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안으로 감추는 유형이라 호감이 있어도 티를 잘 안 내는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그 사람이 저한테 밥을 사고 시간을 내주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사람 나름의 최대치 표현이라고요. '이 사람에게 밥 한 끼는 아무한테나 내주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있어야 겨우 여는 문이에요.' 그 말에 그동안의 행동들이 다르게 보였어요. 저는 큰 제스처만 신호인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의 언어는 그렇게 조용한 거였어요. 아직 고백을 하거나 뭐가 진전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적어도 이 사람 침묵을 거절로 오해하고 지레 물러나던 걸 멈췄어요. 그 조용한 신호들을 이제는 읽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