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연락이 뜸한 게 관심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정말 바빠서일까요. 이 질문 하나를 몇 주째 붙잡고 있었어요. 썸 타는 사람이 교대근무가 있는 직업이에요. 사흘은 연락이 잘 되다가 근무에 들어가면 이틀씩 감감무소식이고, 그러다 또 아무렇지 않게 톡이 와요. 연락 잘 될 땐 이 사람도 나한테 마음이 있구나 싶다가, 뚝 끊기면 역시 나 혼자 좋아하나 보다 하고 바닥을 치고. 톡 알림 소리에 몸이 먼저 움찔했어요. 서른여덟에 감정 기복에 이렇게 휘둘리는 게 스스로 한심할 정도였어요. 선생님이 상대 기운을 보시더니 '이 사람은 한 번에 하나에만 몰입하는 유형이라, 일에 들어가면 연애를 포함해 다른 모든 게 잠시 꺼지는 구조이지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연락의 양으로 마음을 재면 이 사람을 완전히 오해하게 된다고요. 이 한마디에 널을 뛰던 제 마음이 딱 멈췄어요. 사실 그전엔 제 하루가 그 사람 카톡 알림에 통째로 저당 잡혀 있었어요. 근무표까지 외워서 지금쯤 바쁘겠지, 지금쯤 끝났겠지 하며 그 사람 시간표대로 제 감정이 오르내렸거든요. 선생님이 '상대의 리듬에 맞춰 내 하루를 저당 잡히면, 결국 그 사람도 그 무게를 느끼고 물러선다'고 하셨을 때 뜨끔했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어느새 감시하는 마음으로 변해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근무표 외우는 것부터 그만뒀어요. 핸드폰을 뒤집어놓고 제 일에 집중했더니, 오히려 그 사람이 근무 끝나고 먼저 길게 연락을 해왔어요.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에요. 그래도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던 불안은 사라졌어요. 연락의 빈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방식을 읽는 법을 배운 게 제일 큰 수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