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스물셋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반 아이들 앞에서는 씩씩하게 웃다가 종례 끝나고 텅 빈 교실 불을 끄면 혼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곤 했어요. 그 사람 부모님 반대로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거든요. 아이들은 눈치가 빨라서, 선생님 요즘 왜 슬퍼 보여요 하고 묻는 애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아니야 하고 웃어넘겼지만, 스물셋에 사랑 하나 제 뜻대로 못 지키는 어른이라는 게 아이들 앞에서 괜히 부끄러웠어요. 퇴근하고 나면 그 씩씩한 웃음이 다 소진돼서, 껍데기만 남은 채로 집에 돌아오곤 했고요. 우리 문제도 아니고 어른들 반대로 갈라선 거라 더 억울했어요. 우리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나 싶어서요. 이러다 정말 영영 남이 되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들면 밤이 무서웠어요. 그래서 재회 상담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흐름을 보시고는, 그 사람이 부모님을 못 이긴 게 아니라 아직 자기 목소리를 낼 힘이 여물지 않은 시기라 그런 거라고 하셨어요. '이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아직 자기 삶의 결정권을 쥘 만큼 단단해지지 못한 거예요.' 그 말이 정확했어요. 그 사람이 원래 부모님 말을 크게 거스르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러면서 그 사람이 홀로 설 힘이 생기는 시기가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하셨는데, 얼마 전에 그 사람이 독립 준비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건너 들었어요. 흐름이 정말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싶어서 놀라웠어요. 그 소식을 전해 듣던 날, 저는 빈 교실에서 혼자 조금 웃었어요. 우리 마음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아직 여물지 않아서였다는 게, 흐름으로 증명되는 것 같아서요. 아직 다시 만나진 못했어요. 근데 이게 우리 마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아니까, 기다리는 게 덜 서러워요. 요즘은 아이들 앞에서 짓는 웃음도 조금은 진짜 웃음이 됐고요. 애들이 선생님 오늘 기분 좋아 보인다고 하는데, 그 말에 괜히 코끝이 찡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