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이미 약혼까지 했으면서 이제 와서 궁합을 왜 봐?' 친구가 이렇게 물었어요 ㅋㅋ 맞는 말이긴 한데, 서른아홉에 이 큰 결정을 앞두니까 오히려 확인 도장 하나를 더 찍고 싶더라고요. 비서 일을 오래 해서 그런지, 마지막 점검 없이 뭔가를 넘기는 걸 못 견디는 성격이에요. 남들 다 웃으며 축하하는 자리에서도 저 혼자 속으로는 자꾸 뭘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사실 신청하면서도 겁이 났어요. 이제 와서 안 좋은 말이 나오면 어쩌나, 다 정해놓고 마음만 복잡해지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건 아닌지 신청 버튼 앞에서 손이 몇 번 멈칫했어요. 이 나이에 큰맘 먹고 하는 결혼인데, 혹시라도 결정을 흔들 말을 듣게 될까 봐요. 근데 선생님이 오히려 그 불안부터 짚으셨어요. 결정을 다 해놓고도 자꾸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이 사람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원래 제가 중요한 일일수록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 하는 구조라 그런 거라고요. 제가 유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저라는 사람의 성실함이었다는 걸 짚어주시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어요. 결혼을 앞두고 불안한 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이 일을 그만큼 진지하게 여겨서라는 거잖아요. 두 사람 궁합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실무적으로 잘 메우는 조합이라고 하셨어요. 낭만적으로 불타는 사이는 아니어도, 살림을 같이 꾸리고 오래 함께 가기엔 아주 든든한 짝이라고요 ㅋㅋ 화려한 말보다 그 말이 저한텐 훨씬 위로가 됐어요. 저는 원래 불꽃보다 안 꺼지는 온기가 더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매일 설레는 사이보다 매일 편안한 사이가 오래 간다는 걸, 이 나이쯤 되니 알겠더라고요. 젊을 땐 뜨거운 게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곁에서 오래 데워주는 사람이 귀한 걸 알아요. 그런 사람을 만난 거라니, 마지막 점검치고는 후한 점수를 받은 셈이에요. 이제 마음 편히 식장 들어갑니다. 마지막 점검 끝냈으니, 남은 건 잘 사는 일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