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와서 그날 나눈 대화를 노트에 적어봤어요. 누가 무슨 말을 했고 나는 어떻게 답했는지. 서른여섯쯤 되니 감으로 밀어붙이는 게 겁이 나서, 뭐든 적어놓고 따져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인데, 이게 호감인지 그냥 사람 좋아서 친한 건지 아무리 적어봐도 판단이 안 서더라고요. 적어놓고 봐도 이 사람은 나한테만 이런 건지, 원래 다 이런 건지가 안 잡혔어요. 혼자 끙끙대다 썸 상담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그 사람은 관심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만 흘리는 편이라 말수로 마음을 재면 계속 헛다리를 짚게 된다고 하셨어요. 대신 약속을 먼저 잡는 쪽인지를 보라고요. 노트를 다시 넘겨보니, 다음 모임 얘기는 늘 그쪽에서 먼저 꺼냈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말이라는 엉뚱한 자로 마음을 재고 있었던 거예요. 말수 적은 걸 관심 없는 걸로 번역하고 있었으니 답이 안 나올 수밖에요. 노트에 아무리 대화를 적어봐야, 애초에 잘못된 잣대로 읽으면 답이 안 나오는 거였어요. 사람은 말이 아니라 발걸음으로 마음을 보인다는 걸 이제 알겠어요. 이 나이엔 확실하지 않으면 아예 시작을 안 하려고 드는데, 그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알려주신 게 컸어요. 방향은 잡혔는데, 설명 중에 좀 어려운 표현이 있어서 두세 번 읽어야 겨우 이해되는 대목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을 조금만 더 쉽게 풀어주셨으면 했어요. 그래도 사람 마음을 어디서 읽어야 하는지 기준이 생긴 건 분명 도움이 됐어요. 4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