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핸드폰 화면에 뜬 마지막 카톡 시각을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몰라요. 소개팅 앱에서 만나 두 달째 만나는 사람인데, 만나면 분명 좋은데 연락은 늘 제가 먼저 하는 것 같아 그 온도차가 자꾸 신경 쓰였어요. 답장이 한 시간 늦으면 한 시간을, 하루 늦으면 하루를 통째로 신경 쓰는 제가 참 피곤했고요. 처음엔 답이 느린 그 사람이 살짝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나만 좋아하나 싶어서요. 게임 기획을 하면서 사람 행동 패턴을 데이터로 뜯어보는 게 직업인데, 정작 이 사람 마음은 도무지 안 읽히더라고요. 유저 이탈률은 그래프로 딱딱 보이는데, 이 사람 마음 그래프는 어디서도 안 보였어요. 그래서 썸 상담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관심이 없어서 연락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눈앞에 있을 때 집중하고 떨어지면 자기 세계로 쑥 들어가는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비대면에서 무심한 게 애정의 크기가 아니라 기질이라는 거예요. 다가올 초가을에 이 사람 쪽에서 관계에 무게를 더 싣는 흐름이 온다고도 하셨고요. 듣고 나서 곰곰 생각해보니, 만나면 늘 다음 약속을 먼저 잡는 건 그 사람이었어요. 연락 빈도만 보고 온도를 재던 제 계산이 애초에 틀렸던 거죠. 원망하던 마음이 좀 겸연쩍어졌어요. 저는 연락 수를 세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만남의 질로 마음을 보이고 있었던 거예요. 같은 애정을 서로 다른 언어로 쓰고 있었던 셈이죠. 저는 자꾸 연락 횟수로 사랑을 환산하려 했는데, 그 사람은 만남의 밀도로 애정을 쌓고 있었던 거예요. 서로 다른 화폐를 쓰면서 왜 잔고가 안 맞나 애태운 셈이죠. 그 뒤로 마음 편히 지냈더니, 정말 요즘 들어 상대가 먼저 안부를 묻는 일이 늘었어요. 숫자로 온도를 재던 버릇을 내려놓은 것, 조급함이 사라진 것. 그게 제일 큰 수확이에요. 상대의 언어를 읽고 나니, 답장 시간을 세던 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