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잘 지내지? 문득 생각나서.' 2년 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한테서 이런 카톡이 왔어요. 퇴사하고는 연락 한 번 없던 사람이요. 스물여덟이에요. 그 사람이랑은 회사 다닐 때 그냥 마음 맞아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는데, 이렇게 불쑥 연락이 오니까 심장이 이상하게 뛰더라고요. 반가운 건지 설레는 건지, 아니면 저 혼자 김칫국 마시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 카톡 하나 붙잡고 답장을 썼다 지웠다, 커서만 깜빡이는 화면을 한밤중까지 노려봤어요. 괜히 지난 회사 단톡방 사진첩을 뒤지며 그 사람이 찍힌 사진을 확대해 보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 사람 마음이 대체 뭔지 궁금해서 상담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원래 마음이 생겨도 한참 묵혔다가 움직이는 신중한 구조라, 지금 연락한 건 충동이 아니라 오래 눌러 둔 감정이 올라온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심심해서 던진 안부가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리고 8월 안에 이 사람이 만나자는 말을 먼저 꺼낼 흐름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지난 주말에 밥 먹자고 연락이 왔어요. 시기를 이렇게 딱 맞히시니까 팔에 소름이 돋았어요. 제가 혼자 지어낸 기대가 아니었구나 싶어서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어요. 사실 저는 그 카톡을 받고도 며칠을 답장 못 하고 망설였어요. 괜히 반가운 티를 냈다가 그쪽은 아무 뜻 없이 보낸 거면 얼마나 민망할까 싶어서요. 그 사람이 원래 마음을 한참 묵혔다가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이 연락이 그냥 지나가는 안부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덕분에 저도 너무 앞서가지도, 너무 재지도 않고 딱 편한 만큼만 답할 수 있었어요. 그 균형을 저 혼자였으면 절대 못 잡았을 거예요. 그 짧은 안부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오르내리는 제가, 스물여덟이나 돼서 참 우습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사람이 원래 오래 참다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제 설렘이 김칫국이 아니라 근거 있는 기대였다는 게 위안이 됐어요. 혼자 카톡 붙잡고 앓던 밤이 무색하게, 지금은 그냥 편하게 그 사람을 다시 알아가는 중이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