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연락이 뜸해진 지 다섯 달이 되어가던 밤에 이 상담을 신청했어요. 그 사람이 지방으로 발령 나면서 물리적으로 멀어졌고, 저는 회계사라 결산 시즌만 되면 사무실에서 날을 새우느라 서로 시차를 사는 사람들처럼 어긋났거든요. 스물일곱에 이런 이별은 처음이라 붙잡는 법도, 놓는 법도 몰랐어요. 처음엔 거리가 문제라고만 생각했어요. 주말에 세 시간을 달려가 겨우 얼굴을 보면 저는 밀린 잠에 취해 있고 그 사람은 낯선 도시에 적응하느라 지쳐 있었어요. 마주 앉아도 각자 휴대폰만 보다 헤어지는 날이 늘었어요. 마지막으로 본 날, 터미널에서 그 사람이 버스에 오르며 잘 가라는 말도 없이 손만 한 번 들었는데, 그게 다였어요. 솔직히 사주로 사람 마음을 읽는다는 말은 잘 믿기지 않았어요. 헤어진 까닭이 이렇게 뻔한데 여기서 무슨 답이 나오나 싶었고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구나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두 사람 사주를 나란히 놓으시더니, 두 분은 마음이 식은 게 아니라 거리에 지친 것뿐이라며 늦여름부터 상대 쪽 마음이 다시 움직이는 흐름이라고 짚으셨어요. 지금은 서로 숨을 고르는 시기지 끝난 게 아니라고요. 정말 8월 말쯤 그 사람한테서 잘 지내냐는 짧은 연락이 왔어요. 리포트에 적힌 그 시기 그대로였어요. 손끝이 다 차가워지도록 휴대폰을 쥐고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그때 먼저 매달리지 말고 짧고 편하게 답하라고 하셨는데, 그 말대로 하니 대화가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밥은 챙겨 먹냐, 거기 날씨는 어떠냐, 그런 별것 아닌 말들이 오가는데 다섯 달 만에 처음으로 어깨에 힘이 풀렸어요. 그 사람 칫솔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었다는 걸 그날에야 깨달았어요. 컵에 그대로 꽂힌 그걸 오 개월을 못 본 척하고 살았더라고요. 다시 만나자는 말까진 아직 아니지만, 끊겼던 선 하나가 다시 이어졌다는 것만으로 그날은 한참을 울었어요. 슬퍼서가 아니라, 방향이 있다는 게 이렇게 큰 위로일 줄 몰라서요. 아직 아프지만, 이제는 어디로 걸어야 할지는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