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이혼한 사람이 전 남편이랑 재결합을 고민한다고 하면 다들 무슨 표정을 지을지 알아서, 주변엔 말도 못 꺼냈어요. 서른에 약국에서 일하고, 이혼한 지는 일 년쯤 됐어요. 낮엔 손님들 앞에서 후련한 이혼녀인 척 잘도 웃는데, 정작 불 끄고 누우면 그 사람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 ㅋㅋ 서랍 정리하다 그 사람 글씨가 적힌 영수증 하나가 나왔는데, 별것도 아닌 그걸 한참을 손에 들고 있었어요. 헤어질 땐 분명 이유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게 진짜 못 살 이유였는지 아니면 그때 우리 둘 다 여유가 없어서였는지가 헷갈렸어요. 미운 건 아니었어요. 그냥 그 사람이 지금 어떻게 사는지가 자꾸 궁금했고, 그 궁금함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답답했어요. 이 마음을 물어볼 데가 없어서 재회 상담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사주를 같이 보시더니, 결혼했던 그 몇 년이 서로에게 유독 힘이 빠지는 시기였다고 하셨어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둘 다 바닥일 때 만나서 서로를 더 끌어내렸던 거라고요. 그리고 지금은 두 사람 다 그 저기압에서 빠져나온 흐름이라, 예전 방식 그대로면 또 똑같이 지치겠지만 서로 거리 두는 법을 배운 지금은 결이 다를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제일 멈칫한 건, 헤어진 진짜 이유가 성격 차이가 아니라 돈 문제로 서로를 원망했던 그 시기 때문이라는 걸 제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짚으신 거예요. 그때 우리가 제일 많이 싸운 게 딱 그거였거든요. 그동안 저는 내가 못나서, 내가 그때 좀만 더 참았으면 하고 저를 갉아왔는데, 그게 제 탓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니 오래 눌러둔 자책이 조금 풀렸어요. 이혼이라는 게 꼭 누구 하나가 잘못해서 나는 결론만은 아니라는 걸, 그제야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재결합하라고 하신 건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다시 만나기 전에 이건 꼭 확인해라, 예전 방식이 튀어나오는지를 6개월은 지켜보라고 선을 그어주셨어요. 돈 얘기가 나왔을 때 예전처럼 서로를 탓하는지, 아니면 이번엔 다르게 푸는지를 보라고요. 그 신중함이 오히려 믿음이 갔어요. 재결합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제가 나중에 후회 안 할 결정을 하게 도와주는 느낌이었거든요. 사실 이혼 얘기를 누구한테도 못 하고 혼자 삭인 게 제일 힘들었어요. 다들 잘 헤어졌다고, 이제 새 사람 만나라고만 하니까 아직 그 사람이 궁금하다는 말은 입 밖에 낼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은 그 마음을 이상하게 보지 않으셨어요. 미련이 아니라 확인하고 싶은 거라고, 그럴 만하다고 담담하게 받아주시니까 그것만으로도 얹혀 있던 게 내려갔어요. 누가 내 마음을 틀렸다고 안 한 게 처음이었어요. 미련 떤다고 손가락질받을까 봐 꽁꽁 숨겨온 마음을, 그제야 저도 인정할 수 있게 됐어요. 재결합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만한 시기도 올 연말이 아니라 내년 봄쯤이라고 짚어주셔서, 그때까진 각자 자기 자리를 단단히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덕분에 조급함은 내려놨어요. 이번엔 저를 탓하는 대신, 천천히 확인해보려고요. 다시 만나든 아니든, 적어도 나를 미워하면서 결정하진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