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받은 리포트를 서랍에 넣어둔 지 3주쯤 됐을 때였어요. 6월 말에 마음이 흔들릴 시기라고 짚으셨는데, 정말 그 무렵에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해왔어요. 저장해둔 이름이 화면에 뜨는데, 반가움보다 먼저 온 건 헛웃음이었어요. 솔직히 그때까지도 저는 그 사람이 미웠어요. 자기 마음대로 끝을 내놓고 이제 와서 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헤어지고 한동안은 미운 것도 아니고 그리운 것도 아닌, 그냥 그 사람 자리가 뻥 뚫린 채로 하루하루를 밀고 지냈어요. 그런데 짚어준 시기가 하루도 안 틀리고 맞아떨어지니까, 미움보다 그다음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연락이 왔을 때 제가 어떤 얼굴로 받는 게 나은지, 그게 알고 싶어서 추가질문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은 '지금은 반가움을 다 내보이기보다 한 박자 늦춰 여유를 두라'고 하셨어요. 조급함이 이 사람을 다시 물러나게 만드는 구조라고요. 예전의 저였다면 연락이 온 그 순간 밤새 긴 답장을 썼다 지웠다 했을 거예요. 답은 길지 않았는데, 저는 그 몇 줄을 며칠이나 되읽었어요. 읽음 표시만 확인하고 그대로 불을 끄던 밤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한마디가 왜 그렇게 붙잡고 싶어지는지 알 거예요. 조언 하나에 매달린다는 게 좀 우습기도 했지만, 그게 그때의 저를 지탱한 유일한 난간이었어요. 저는 그 한 박자를 지켰고, 지금은 서두르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에요. 이상하죠. 그렇게 미웠던 마음이, 이유를 알고 나니 어느새 조금 가라앉아 있더라고요. 아직 다 풀린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사람을 미워하느라 저를 갉아먹는 밤은 이제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