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헤어진 지 두 달, 정확히는 그 사람이 2년짜리 해외 파견을 떠나며 우리 사이가 흐지부지된 지 두 달째예요. 마흔하나에 이런 이별이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감이 안 왔어요. 싸운 것도 아니고 마음이 식은 것도 아닌데, 비행기 한 대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은 셈이었어요. 영상 편집을 하며 밤을 자주 새는데, 컷을 붙이다 말고 멍하니 그 사람 마지막 메시지만 다시 열어보곤 했어요. 그즈음엔 밥이 모래알 같아서 한 끼를 다 못 넘겼고, 편집실 의자에 앉으면 어깨가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어요. 타임라인 위 컷은 척척 이어 붙이면서, 정작 우리 관계의 다음 컷은 어떻게 이어야 할지 몰라 커서만 깜빡였어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데 재회가 가능하기나 한 걸까, 그게 제일 큰 의심이었어요. 선생님은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떨어져 있는 동안 연결을 유지하는 방식이 관건'이라고 하셨어요. 매일 안부로 조르면 상대가 부담을 느끼는 구조라, 오히려 두세 주에 한 번 담백하게 근황을 나누는 리듬이 이 사람한테 맞다고요. 제가 조급해서 자꾸 연락하려던 걸 딱 짚으셔서 뜨끔했어요. 불안하면 확인받고 싶어서 더 매달리는 게 제 버릇이었거든요. 거리 때문에 안 될 거라 지레 포기하려던 마음을, 거리는 다룰 수 있는 변수라는 말로 다시 붙잡아주셨어요. 그게 이 상담에서 제가 얻은 가장 큰 거예요. 멀다는 이유로 지레 놓아버릴 뻔한 사람을, 다시 붙잡아볼 용기가 생겼으니까요. 매일 조르는 대신 두 주에 한 번, 다녀온 촬영지 사진 한 장을 담백하게 보내기 시작했어요. 답이 예전보다 조금씩 길어지는 걸 보면서, 거리가 꼭 끝은 아니구나 싶어요. 조급함을 덜어낸 자리에 여유가 들어서니, 저부터 편해졌고요. 다만 리포트를 신청하고 받기까지 기다리는 며칠이 유독 길게 느껴졌어요. 마음이 급한 상태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하루가 한 주 같았거든요. 그 며칠만 조금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에, 내용은 좋아서 4점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