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한복을 지을 때는 색과 색이 어울리는지, 길이가 몸에 맞는지 몇 번이고 다시 재요. 그 버릇이 사람 앞에서도 나왔나 봐요. 서른인 제가 저보다 어린 그 사람한테 마음이 가는데, 나이 차이가 걸린다는 이유로 한 걸음도 못 다가가고 자를 대듯 저울질만 했거든요. 좋아하는 마음보다 재는 마음이 앞서니까 밤이면 괜히 초라해졌어요. 사실 그 사람이 웃으며 말을 걸어올 때마다, 저는 반가움보다 먼저 우리 사이의 숫자를 셌어요. 다섯 살, 그 다섯이 무슨 넘지 못할 강처럼 느껴졌거든요. 좋은 마음이 들수록 그 강폭이 넓어 보여서, 밤이면 이불 속에서 괜히 초라해졌어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나이보다 사람의 결을 먼저 보는 쪽이라, 연상이라는 조건 자체를 부담으로 두지 않는 흐름'이라고 하셨어요. 그 문장을 읽는데 몸에 힘이 탁 풀렸어요. 정작 그 사람은 신경도 안 쓰는 걸, 저 혼자 벽으로 쌓아 올리고 있었던 거예요. 넘지도 못할 담을 제 손으로 세워두고 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던 거죠. 혼자가 아니었구나, 그 벽이 애초에 제 것이었구나 싶으니 마음이 한결 놓였어요. 재던 마음이 내려가니 그제야 그 사람 얼굴이 제대로 보이더라고요. 옷감도 제대로 보려면 한 발 떨어져서 봐야 색이 살거든요. 너무 가까이서 제 불안만 들여다보느라, 정작 그 사람을 제대로 못 보고 있었던 거예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몰라요. 그래도 적어도 나이를 핑계로 미루지는 않으려고요. 저 하나 담을 넘으면 되는 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