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3년 전에 이혼한 전남편과 얼마 전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제가 이런 후기를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서른여덟이고 소프트웨어 QA 테스터로 일해요. 버그 하나도 재현이 안 되면 인정 못 하는 직업이라, 사주를 신청해 놓고도 스스로가 좀 우스웠어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던 날의 그 지긋지긋함을 뻔히 기억하면서도 왜 자꾸 그 사람이 떠오르는지, 저조차 저를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이 미련이 미련한 건가 싶어 아무한테도 입을 못 뗐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사주를 나란히 보시더니 '두 분은 마음이 식어서 헤어진 게 아니라, 각자 삶의 무게에 눌려 서로를 돌볼 힘이 바닥났던 시기가 하필 겹친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무렵 저희 둘 다 이직에 부모님 병간호까지 감당 안 되는 일이 한꺼번에 몰려 있었어요. 제가 쓰지도 않은 그 시기를 정확히 짚으시는 게 서늘했어요. 무엇보다 재결합을 덮어놓고 권하지 않으신 게 고마웠어요. 다시 만나기 전에 이혼의 진짜 원인이었던 문제 하나를 반드시 말로 매듭지어야 하고, 그걸 건너뛰면 같은 자리에서 또 걸려 넘어진다고 못을 박으셨어요. 저는 그 한 문장을 며칠을 곱씹었어요. 지난주에 둘이 처음으로 그 얘기를 꺼냈어요. 무섭게 싸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담담하게 서로 미안하다는 말이 오갔어요. 리포트가 제 등을 떠민 건 아니에요. 다만 제가 저를 의심하지 않도록 붙잡아 준 건 분명해요. 같은 자리를 오래 서성이는 분이 계시다면, 결정을 대신해 주진 않아도 결정할 힘은 주는 글이라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