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우리 이만 하는 게 좋겠어.' 딱 석 달 만난 사람한테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어요. 이렇게까지 뜨거웠는데, 이렇게 갑자기. 간호사로 3교대를 뛰면서도 그 사람 생각에 잠을 설쳤어요. 나이트 근무 끝나고 텅 빈 탈의실에서, 유니폼 단추를 풀다 말고 멍하니 서 있던 날도 있었어요. 짧아서 오히려 더 미련이 남는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고요. '3개월밖에 안 만났는데 무슨 미련이냐'고 스스로를 다그쳐도, 마음은 그렇게 말을 안 들었어요. 짧게 만난 사이라 어디 가서 힘들다고 말하기도 뭐했어요. 다들 그 정도로 뭘 그러냐고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혼자 삭였는데, 삭인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병원에서 환자 앞에선 웃다가도, 잠깐 빈 처치실에 들어가면 그 사람 생각에 손이 멈췄어요. 재회 상담에서 선생님이 짚어주신 게, 이 관계는 감정이 너무 빨리 타올라서 두 사람 다 감당할 준비가 안 된 채로 불이 붙은 거라, 그 사람이 겁이 나서 먼저 꺼버린 거라고 하셨어요. '식은 게 아니라, 뜨거움에 데일까 봐 물러선 것.' 그 말에 원망하던 마음이 좀 누그러졌어요. 그 사람도 나만큼 겁이 났던 거구나 싶어서요. 다만 다시 불씨가 살아나는 시기를 말씀해 주셨는데, 그 범위가 좀 넓게 느껴져서 정확히 언제를 준비해야 할지 살짝 막막했어요. 그 사람도 나만큼 겁이 났던 거라는 말 하나에, 갈 곳을 잃은 원망이 슬며시 가라앉았어요. 그거 하나 빼면 도움 많이 됐어요. 4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