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실험 데이터를 정리하다 말고, 그 사람이 보낸 짧은 메시지를 열 번쯤 다시 읽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마흔둘에, 박사과정씩이나 밟는 사람이 말이죠 ㅋㅋ 같은 랩 동료라 더 조심스러웠어요. 어설프게 티 냈다가 매일 얼굴 봐야 하는 사이가 어색해지면 그 뒷감당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 미묘한 기류가 제 착각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하고 싶었어요. 솔직히 사주로 이런 걸 알 수 있나 반신반의했고요. 선생님이 두 사람 기운을 보시더니, 상대도 분명 호감은 있는데 저와 똑같이 관계가 틀어질 위험을 크게 계산하는 신중한 성향이라고 하셨어요. 둘 다 재느라 아무도 첫발을 안 떼는 상황이라고요. 그 말에 좀 뜨끔했어요. 저는 늘 이런 식이었거든요. 지난번에도, 그 전에도, 좋은 사람 앞에서 재고 또 재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해보고 놓쳤어요. 그게 다 제 신중함이라는 이름의 겁이었다는 걸, 이번엔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제 연애가 늘 짧았던 건 상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가 매번 최악을 먼저 계산하고 지레 발을 뺐기 때문이에요. 안전하게 도망친 대가로 아무것도 시작해보지 못한 거죠. 마흔둘이 되어서야 그 계산기의 정체를 알았어요. 실험은 백 번을 실패해도 다시 세팅하면서, 사람 앞에서는 한 번 어긋날까 봐 아예 실험을 안 하던 거예요. 그러면서 사내라는 조건을 감안해, 업무 밖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칠 접점을 먼저 만들라고 조언하셨어요. 마침 랩 사람들끼리 캠핑 얘기가 나오던 참이라 그런 자리를 활용해 보라는 말이 딱 와닿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먼저 간식 담당을 자원했어요. 저한텐 이게 엄청난 도약이에요 ㅋㅋ 이번만큼은 재기만 하다 놓치지 않으려고요. 다만 아쉬운 건, 내용을 PDF로만 봐야 해서 다시 볼 때마다 파일을 찾아 헤매게 되더라고요 ㅋㅋ 앱에서 바로 열어볼 수 있으면 훨씬 편할 것 같아요. 그거 빼곤 만족해서 4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