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나 요즘 아무것도 못 하겠어. 너한테도 못 해줄 것 같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 사람은 연락을 끊었어요. 붙잡을 틈도 없이, 문이 닫히듯 조용히요. 사람을 뽑고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남의 마음은 잘 읽는다고 자부했는데, 정작 제일 가까운 사람이 무너지는 건 못 봤더라고요. 헤어지고 몇 주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리포트를 신청했어요. 이런 걸로 뭐가 달라지겠나 싶으면서도 뭐라도 붙잡고 싶었어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당신이 싫어진 게 아니라, 스스로가 바닥일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난 모습을 보이는 걸 못 견디는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밀어낸 건 미움이 아니라 일종의 자기 방어라는 거예요. 그 문장을 읽는데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목이 뻐근해질 때까지 참았던 게 그제야 터졌더라고요. 버림받은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은 저를 밀어낸 게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서 도망친 거였어요. 내가 뭘 잘못했나 몇 주를 되짚던 마음이, 그게 아니었다는 한마디에 스르르 풀렸어요. 원망하려야 원망할 데가 없어지니까, 이상하게 그 사람이 더 안쓰러워지더라고요. 지금 매달리지 말고 그 사람이 조금 회복될 늦여름까지는 가벼운 안부만 남기라고 하셨는데, 얼마 전 정말 짧은 답장이 왔어요. 아직 아무것도 확실하진 않지만, 방향을 알고 기다리는 밤은 그 전과 완전히 달라요. 어둠 속에서 무작정 서 있는 게 아니라, 문 앞에서 시간을 세며 기다리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