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라이브커머스에서 쇼호스트로 일하는 스물여섯입니다. 카메라 앞에선 온갖 걸 다 퍼주는데, 연애도 딱 그랬어요. 여자친구한테 다 맞춰주고 다 해주다가, 정작 저는 텅 비어서 끝나는 걸 몇 번 반복했어요. 방송 끝나고 마이크 빼면 목소리가 안 나올 만큼 진을 빼는데, 연애도 늘 그렇게 저를 다 소진하고 나서야 끝났어요. 내가 왜 늘 주기만 하는가. 그때 조금만 덜 매달렸으면 그 사람이 안 떠났을까, 그런 자책을 그만 끝내고 싶어서 프리미엄을 신청했어요. 남자가 이런 거 본다는 게 좀 멋쩍긴 했지만요. 이번에도 답을 못 찾으면 또 같은 연애를 반복할 것 같았거든요. 선생님이 리포트에서 '당신은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야 안심하는 사람이라, 계속 뭔가를 해주면서 사랑을 확인하려 한다'고 하셨어요. 방송에서 시청자 반응에 목매는 제 직업 성향과 연애 습관이 같은 뿌리라는 걸 짚으셨을 때는 잠깐 말문이 막혔어요. 정확했거든요. 하트 수를 보며 안심하던 손가락이, 연애에선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던 거예요. 그녀가 고마워하는 표정을 봐야 마음이 놓였던 게, 사랑이 아니라 불안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 한 문장 앞에서 한동안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주는 게 사랑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를 계속 사들이고 있었던 거더라고요. 상대가 고맙다고 웃어주는 그 순간을 사려고, 저를 계속 깎아 넣고 있었던 거예요. 정작 저는 한 번도 그냥 받아본 적이 없었고요. 다만 저를 분석한 앞부분은 정말 촘촘한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향을 다룬 뒷부분은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졌어요. 이 습관을 어떻게 바꿔가면 되는지, 그 실전 부분이 앞부분만큼 두툼했으면 완벽했을 텐데 싶어서 4점이에요. 그래도 저를 이만큼 설명해준 건 처음이라 후회는 없습니다. 카메라 밖의 저를 이렇게까지 들여다본 건 처음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