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연락이 끊긴 지 딱 6주 됐어요. 이 나이에 잠수 이별을 당해볼 줄은 몰랐어요 ㅋㅋ 어느 날 갑자기 카톡이 읽씹, 그다음엔 아예 읽지도 않고. 사람이 이렇게 증발할 수가 있나 싶었어요. 법무법인에서 비서로 오래 일해서, 서류상 마침표 안 찍힌 일은 못 넘기는 성격이거든요. 근데 이 관계는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도 없이 그냥 끊겨버리니까 그게 제일 미치겠더라고요. 차라리 끝이라고 했으면 정리라도 했을 텐데. 겉으론 멀쩡히 출근해서 일하면서, 속으론 마지막 카톡만 하루에 백 번씩 다시 읽었어요. 읽씹당한 그 한 줄을 외울 정도가 되니까, 나중엔 내가 뭘 그렇게 잘못 보냈나 그것만 파고 있더라고요. 선생님이 상대 사주를 짚으시더니 '이 사람은 갈등이 감당 안 되면 설명도 없이 잠수해버리는 회피 성향이 강한데, 지금 이 잠수는 관계를 끝내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도 어쩔 줄 몰라서 숨은 상태'라고 하셨어요. 미워서 끊은 게 아니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나타나는데, 그때 제가 다그치면 또 숨어버리니 담담하게 받아주라고요. 그 말 반은 흘려들었어요. 6주나 잠수한 사람이 무슨. 근데 지난주에 진짜로 아무렇지 않게 카톡이 왔어요 ㅋㅋ 잘 지냈냐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는데, 다그치지 말라던 말이 떠올라서 화 안 내고 그냥 응 너는, 하고 받았어요. 대화가 이어지더라고요. 성급하게 굴었으면 또 놓쳤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