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연애만 하면 왜 늘 똑같은 자리에서 끝날까요. 저는 이 질문을 몇 년째 달고 살았어요 ㅋㅋ 스물아홉, 네일아티스트예요. 이상하게 저는 저한테 안달하는 사람은 금세 시들해지고, 저를 애매하게 대하는 사람한테만 목을 맸어요. 그렇게 만나는 사람마다 저 혼자 매달리다 끝나니까, 이젠 제 연애 세포에 무슨 결함이라도 있나 싶었어요. 손님 손톱은 하루 종일 예쁘게 만들어 주면서, 정작 제 연애는 매번 엉망으로 칠해 놓는 기분이었어요. 일반 상담으로는 이 반복을 못 풀 것 같아서 프리미엄으로 질렀어요. 선생님이 제 반복 패턴을 이렇게 짚으셨어요. '당신은 상대의 애정이 확실해지는 순간 흥미를 잃는 게 아니라, 확실한 애정을 감당해 본 적이 없어서 그 앞에서 도망칠 구실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라고요. 그러니까 상대가 문제가 아니라, 제가 안정된 사랑이 오면 무의식적으로 그걸 밀어낼 트집을 잡는 거였어요. 이 한 줄에 몇 년 묵은 미스터리가 풀렸어요. 시시해서 떠난 게 아니라, 사실은 그 편안함이 낯설고 무서워서 도망친 거였더라고요. 저는 몇 년 동안 제 연애 세포에 결함이 있는 줄로만 알았어요. 왜 나는 잘해 주는 사람은 시시하고 애매한 사람한테만 목을 매나, 스스로가 고장 난 것 같았거든요. 근데 그게 고장이 아니라, 확실한 사랑을 감당해 본 적이 없어서 그 앞에서 자꾸 도망칠 구실을 만드는 거라는 말을 듣고 나니, 저를 미워하던 마음이 좀 누그러졌어요 ㅋㅋ 고장 난 게 아니라 아직 안 배운 거였던 거예요. 손님 손톱은 그렇게 정성껏 다듬으면서 정작 제 마음은 늘 대충 방치했는데, 이제 그 손질을 저한테도 좀 해 주려고요. 그러면서 다음 연애에서는 상대가 잘해 줄 때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오면, 그게 위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관계라는 증거일 수 있으니 한 박자 멈춰 보라고 구체적으로 알려 주셨어요. 15만원 아깝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어요. 제 연애 인생 전체를 설명서로 받은 기분이에요 ㅋㅋ 요란하지 않게, 그런데 진심으로 만족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