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로 일합니다. 하루 종일 카메라 앞에서 웃고 떠드는 게 밥벌이인데, 정작 재혼을 앞둔 제 속은 하나도 안 웃기더라고요 ㅋㅋ 마흔에 두 번째 결혼이면 겁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웬걸요. 방송 끝나고 조명 다 꺼진 스튜디오에 혼자 남으면 그때부터가 문제였어요. 이 사람이랑은 정말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그 생각 하나가 텅 빈 세트장을 가득 채웠어요. 한 번 무너져 본 사람은 두 번째가 더 무섭다는 걸 그 나이에 알았어요. 그 마음으로 그녀와의 궁합을 신청했습니다. 선생님이 '두 분은 말수는 적어도 생활 리듬이 잘 맞아서, 같이 있을 때 소음이 안 생기는 조합'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딱 그래요. 말없이 각자 할 거 하다가도 하나 안 어색한 사이거든요. 재혼은 설렘보다 이 고요한 편안함이 더 중요하다는 걸 마흔 되니까 알겠어요. 그 한 줄에, 밤마다 저를 짓누르던 그 겁이 조금 물러났어요. 방송에서야 대본대로 웃으면 그만이지만, 저녁에 그녀랑 마주 앉아 밥 먹을 때 흐르는 그 침묵이 저는 늘 조심스러웠어요. 근데 그게 어색한 침묵이 아니라 편한 침묵이라는 걸, 리포트를 읽고 나서야 인정하게 됐어요. 말을 안 해도 괜찮은 사이, 그게 재혼에서 제일 귀한 거더라고요. 첫 결혼 때는 그 고요가 무서워서 자꾸 말로 메우려다 오히려 서로를 지치게 했거든요. 이번엔 그 침묵을 겁내지 않기로 했어요. 솔직히 5만원이라 신청 버튼 앞에서 한참 망설였어요. 이게 커피 몇 잔 값인데 싶어서요. 근데 받아 보고 나서는 이 정도면 값은 했다 싶었습니다. 다만 선뜻 긁을 만큼 가벼운 가격은 아니라서, 망설였던 그 마음만큼 4점 드려요.